[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사들이 장르 쏠림의 대명사인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시장 넓히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상호작용이 다양한 장르 특성상 여러가지 경제 활동을 실험할 수 있고, 해외판에서 성공할 경우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을 바꿀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날 구글 매출 1~5위를 차지한 게임은 모두 MMORPG입니다. 1위부터 '리니지M', '나이트크로우', '오딘: 발할라 라이징',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리니지W' 순입니다.
7일 구글 매출 1~5위 모두 MMORPG다. (사진=모바일인덱스 웹사이트)
보통 MMORPG는 양대 세력이 벌인 전쟁에 주인공이 개입하며 시작합니다. 최근 출시작들은 예쁘고 멋지게 꾸민 주인공 옆에서 작은 요정이나 그 비슷한 존재가 끊임없이 떠들어대며 장소 이동을 유도합니다.
이렇게 게임 이용법 익히기와 레벨 올리기용 임무를 반복하다 보면 피로감이 쌓이게 됩니다. 처음엔 호기롭게 수동 조작을 해보려 해도, 초반 조작 방식이 자동 이동·전투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됩니다. 캐릭터와 배경 그래픽, 싸우는 세력의 이름 정도를 빼면 뭐가 다른지 모를 엇비슷한 구성으로 신작이 나오고 있죠.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말하는 차별성은 30~40레벨 이후로 진입할 때 본격적으로 느낄 수 있다"며 "낮은 레벨 구간에서는 게임이 비슷하다보니 질려서 그만둘 수 있는데,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계속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롤 플레잉 게임은 업계 주력 장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2 게임백서'를 보면, 2021년 515개사 조사 결과 롤 플레잉(RPG·MORPG·MMORPG)을 주로 만든다는 응답이 29.1%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 다음이 19.2%인 시뮬레이션(비행·육성·연애·경영·건설)이었습니다.
특히 MMORPG는 고성능 스마트폰 보급과 무선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모바일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엔씨소프트(036570)가 2017년 출시한 리니지M 성공도 MMORPG 강세에 영향을 줬습니다. 엔씨가 준비하는 PC·콘솔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도 MMORPG입니다.
하지만 검증된 장르에 대한 쏠림 현상은 '리니지라이크' 게임 양산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며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엔데믹에 따른 대면 활동 증가와 물가 상승 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입니다.
결국 답은 게임성의 차별화인데요. 최신작들을 살펴보면 같은 MMORPG 장르라 할지라도 뛰어난 그래픽을 내세우거나 흔치 않은 배경 설정을 도입하려 한 점이 눈에 띕니다. 여기에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제활동을 유도하며 게이머의 관심을 끌려는 시도들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우선 외양으로 게임성을 보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위메이드(112040)의 나이트 크로우는 미려한 그래픽을 내세우며 출시 후 100일 넘게 최상위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293490) 아레스는 미래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갑옷을 갈아입는 전투 방식으로 경쟁작을 뒤쫓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컴투스홀딩스 대작 MMORPG ‘제노니아’에 대규모 업데이트 등으로 콘텐츠가 충분히 보강된 이후, 해외 출시에 발 맞춰 블록체인이 연계될 것으로 내다본다. (사진=컴투스홀딩스)
신사업인 블록체인 연계도 중요합니다. 위메이드는 연내 암호화폐 위믹스를 적용한 해외판 나이트 크로우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현실과 연계된 경제 활동이 게임의 재미를 높인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세계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2022년 46억 달러에서 2027년 657억 달러로 연간 70.3% 성장할 전망입니다.
컴투스그룹도 블록체인 메인넷 엑스플라(XPLA)에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과 '미니게임천국', '낚시의 신: 크루' 등을 온보딩했습니다.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주도할 장르도 MMORPG가 될 전망입니다. 업계는 게임 내 상호작용으로 대체불가토큰(NFT) 소유권을 주는 식으로 더 많은 생태계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게임 산업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게임 안에서 쓸 수도 있겠지만, 게임 밖 소유권으로 바꾸는 연결 요소가 많다"며 "MMORPG가 그런 부분을 적용하는 데 필요한 경제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블록체인 적용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토크노믹스를 고도화 하는 데 MMORPG가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는 장르여서 연구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컴투스(078340)는 최근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에 P2O(Play to Own) 서비스를 적용해, 게임으로 얻은 보상을 아이템이나 XPLA 연동 마일리지로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마일리지는 가상 재화 'Xlium'으로 교환할 수 있고, 이를 다시 XPLA로 바꿀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XPLA 연동은 못 하지만 마일리지 상점은 쓸 수 있습니다.
컴투스홀딩스(063080) 최신작인 제노니아 역시 블록체인 적용 가능성이 열려있습니다. 컴투스홀딩스 관계자는 "제노니아에도 블록체인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며 "해외 진출 등 여러 요소와 맞물려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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