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현대차가 정유업계와 접촉해 주유소에 직접 충전소를 운영할 시범 모델을 논의했던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당장 사업 검토 가능성은 없다고 부인했지만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수록 충전소가 부족하단 민원이 많아진다는 게 고민입니다.
지난달 현대차와 접촉했던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7일 “현대차에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그래서 현대차가 직접 나서서 하겠다고 했다”며 “테슬라가 직접 충전시설을 보급하고 있으니 그런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유소에 충전소 보급 모델을 개발해주겠다며 임대할 수 있는 주유소들을 섭외했다. 임대해주면 시범 운영을 하거나 운용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정유업계 등을 접촉했지만 아이디어 차원일 뿐 사업화 검토 단계는 아니다”라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미 충전기 사업에 진출한 상태에서 보급을 늘리려면 대상지로 주유소가 유력한 것도 사실입니다.
기존에 주유소는 SK, GS 등 충전기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으로부터 기기를 받아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사업해왔습니다. 주유소가 미래 충전허브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는 중입니다. 문제는 보급속도가 느립니다. 주유소가 막상 운영해보니 수익성이 떨어져 공간만 차지한다는 불평이 많습니다.
현대차가 자체 충전기 보급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전기차를 구매한 사용자들로부터 충전소가 부족하단 민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테슬라와 충전기 보급경쟁 중인 현대차로선 국내 입지를 넓힐 필요성도 있습니다. 테슬라 슈퍼차저와 전기차까지 연계된 기술 표준화 경쟁에서 결국 충전기 보급량이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보급은 해외 수출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합니다.
현재 현대차는 충전소 브랜드 이핏을 운용하며 보급 수를 늘리고 있지만 고속도로 휴게소 등 진출지역이 한정적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일괄협상이 가능해 입찰 형태로 진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주유소는 정유사 직영점의 경우 본사가 걸림돌이고 일반주유소들은 개별 사업자와 협상이 필요합니다. 기존에 충전기를 운용해본 사업자들 불평을 들은 후발업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니 현대차가 보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유용한 사업 모델을 찾겠다고 나선 듯 보입니다.
정유업계는 충전사업의 수익성 문제를 자가발전을 도입해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전력은 한전을 통해서 판매하는 형태라 수익성 제약이 심합니다. 이에 정부를 상대로 예외적인 전력사업 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있습니다.
충전기 자체로는 수익이 남지 않아도 충전허브가 되면 부대시설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주유소, 정비소, 충전소 등이 결합한 허브사업이 가능합니다. 충전기를 도입해 운용 중인 한 사업자는 “충전기 자체로는 돈이 남지 않는다”며 “오히려 공간을 차지해 적자를 보는 셈이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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