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자동차시장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억대가 넘는 차들은 잘팔리는 반면 경차의 판매는 줄고 있습니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판매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차 판매량은 3만7239대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3만4055대)보다 9.3% 늘어난 수치입니다.
실제 판매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차 판매량은 2019년 상반기 1만1084대에서 2020년 상반기 1만9229대, 2021년 상반기 3만3741대 등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던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평균 가격 3억원 이상의 초고가 수입차도 올해 기록 경신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에서 비싼차가 잘팔리다 보니 고가의 수입차 경영자들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시장 상황을 살피는 일도 흔해졌습니다. 홀마크 벤틀리 회장은 "(한국은) 수치만 봐도 중요한 시장"이라며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모두 성장 전망이 탄탄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도 "한국은 유행을 선도하는 시장이고, 아시아의 창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들 비싼 수입차가 잘 팔리는 이유는 전기차 흐름에 따라 시장에 1억원 이상의 수입 전기차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이 내놓은 전기차 상당수는 모두 가격이 1억원 넘습니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풀옵션 가격이 1억을 넘어가는 기아의 대형 전기차 EV9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기아 대형 전기차 EV9. (사진=기아)
반면, 경차의 인기는 식고 있습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한 6만1586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차의 인기만 시들합니다. 국내 시장에 경차가 캐스퍼와 모닝, 레이 3종에 불과해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아울러 최근 경차 가격이 최대 2000만원대에 육박하는데, KG모빌리티의 소형 SUV 등 최저가가 1800만원에 불과한 가성비를 앞세운 소형차들도 있어 상대적으로 경차 판매가 불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친환경차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수익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면서 "반면, 더 이상 경차는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어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경차 캐스퍼(사진=현대차)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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