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현대차의 실험실 '제로원'…CVC로 미래사업 시험한다
AI 서비스·렌터카 플랫폼 투자 연이어 집행
펀드 기반 전략으로 그룹 재무 부담 최소화
미래 기술 선제적 확보 전초기지 역할 담당
2026-02-06 06:00:00 2026-02-06 06:00:00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ZER01NE)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 지원을 넘어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전략을 시험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제로원 내에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역할을 맡고 있는 제로원벤처스는 최근 인공지능(AI)과 렌터카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며, 현대차가 추진하는 신사업 전략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선택적 지분 투자와 단계적 사업 연계를 통해 미래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현대차그룹)
 
제로원벤처스, AI 분석기업·렌터카 플랫폼 연이은 투자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그룹의 제로원벤처스는 올해 들어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업 콕스웨이브(프리A)와 차량 리스·렌터카 관리 플랫폼 디자인앤프랙티스(시리즈A)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면서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된다. 제로원벤처스는 외부의 혁신 기술을 내부 사업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그룹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AI와 데이터, 디지털 서비스 영역을 중심으로 한 미래 기술 투자 로드맵을 제시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략과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 확장 의지를 내세운 바 있다.
 
특히 현대차는 그동안 플랫폼 형태로 운영해온 자동차 구독 서비스 현대셀렉션을 기반으로, 빠르면 올해 안으로 렌터카 사업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디자인앤프랙티스와의 전략적 협업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2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로봇 전문 기업 클로봇(466100)은 제로원이 2018년 시드 투자부터 2022년 시리즈B까지 주요 투자 라운드에 참여하며 성장을 지원한 기업이다. 현재 클로봇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력해 사족보행 로봇 ‘스팟’의 솔루션 공급을 맡고 있다.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솔루션 기업 모라이 역시 제로원 1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이후 그룹 내 사업 연계가 구체화된 사례다. 모라이는 현대차그룹 내 소프트웨어 계열사와 협업을 진행했으며, 현대모비스에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공급하며 핵심 기술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제로원벤처스를 통한 초기 투자가 계열사 사업과 연결되며 실질적인 시너지로 이어진 셈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콕스웨이브는 SDV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UX 설계와 개인화 추천 기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디자인앤프랙티스 역시 향후 사업 연계 가능성을 기대해 투자를 집행했다”며 “다만 단기간 내 구체적인 협업 내용이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재무 리스크 분산 속 신기술 투자 확대 기조
 
현대차그룹은 제로원벤처스를 활용해 혁신 스타트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투자하는 전략을 향후에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1250억원 규모의 ‘제로원 3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결성하며 투자 실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해당 펀드는 현대차와 기아(000270)가 각각 400억원, 현대차증권이 100억원을 출자했으며, 현대모비스(012330)·현대글로비스(086280)·현대제철(004020)·현대로템(064350) 등 주요 계열사들이 유한책임조합원(LP)으로 참여했다. 2021년 결성된 제로원 2호 펀드(805억원)와 비교하면 규모가 50% 이상 확대됐으며, 외부 출자자 없이 그룹 내부 계열사로만 구성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결국 외부 이해관계자의 제약 없이 그룹의 중장기 전략에 맞춰 CVC 투자를 운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래 사업과 관련한 기술 옵션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뒤, 사업성이 검증된 시점에 계열사와의 협업을 본격화하는 단계적 접근 전략이라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현대차그룹이 CVC를 통해 미래 기술을 옵션 형태로 확보하는 것은 지주사 차원의 현금 유출을 통제하면서도 중장기 성장 동력을 축적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라며 “재무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신사업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5년 동안 77조원을 투입하려는 장기 투자 계획에서 올해와 내년이 투자 집행의 정점이 될 것”이라며 “2028년 휴머노이드 양산을 위한 2026년 4분기 아틀라스 실증 사업과, 2027년 SDV 상용화를 위한 2026년 하반기 페이스카 출시 일정 등이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제로원벤처스 투자는) 그룹 차원에서 미래사업 육성과 신사업 영역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번 3호 펀드에는 기존 출자사 외에도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현대캐피탈, 현대비앤지스틸 등이 신규 LP로 참여한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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