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방통위 구조개혁은 언제쯤?
2023-08-04 06:00:00 2023-08-04 06:00:00
방송통신위원회가 연일 시끌시끌합니다. 새로운 방통위원장 임명, 더 넓게는 방통위원 임명까지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그런데 이 풍경, 낯설지 않습니다. 방통위원장 임기 교체시기만 되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죠. 정권이 바뀌고 난 뒤 맞는 첫 교체시기라면 더더욱 뜨거운 공방이 벌어집니다. 정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동안, 방통위의 주요 업무는 파행을 겪곤 하죠. 
 
이 모든 게 결국 방통위가 지닌 구조적 모순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에 관한 규제 및 이용자 보호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입니다. 자유의 나라라 불리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모델로 삼아 2008년 옛 방송위원회를 개편해 만든 것인데요. 문제는 무늬만 FCC지, 구조의 핵심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FCC의 핵심가치는 독립성, 그리고 민주주의거든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방통위는 어떠한가요. 일단 위원장을 포함해 여권 추천위원 3명, 야당 추천위원 2명 등 5명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는데요. 5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미국과 비슷해보이긴 하나, 사실 결정적인 부분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FCC의 경우엔 상원의회 의원들이 위원을 추천하고 대통령은 이들을 임명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위원회'라는 명칭은 합의를 전제로 의사결정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 분야와 달리 방송과 통신 관련 행정의 경우 독립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국가기관이나 정부부처로 두지 않고 위원회 형태로 출범한 것이죠. 그런데 정치적 독립기구임을 내세웠음에도 시작부터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지정해둔 점이 아이러니입니다. 집권당이 바뀔 때마다 정부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이 부분이 문제임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끊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권력을 현재 잡고 있는 입장에서는 자기 편 권력을 약하게 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법이니까요. 이래서 처음에 구조를 제대로 짜는 일이 중요합니다.  
 
정쟁이 일상화 되다시피 한 요즘 같은 때, 게다가 내년 총선까지 앞두고 있는 이 때, 아마도 여야는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 구성을 두고 피차 한발도 물러서기 힘들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렇다면 방통위는 왜 존재하는 걸까요. 합의가 안되는데 합의제 기관이라는 무늬만 띄고 있는 방통위를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이제는 더 늦기 전에 고민해야 할 때 아닐까 싶습니다.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을 전제로, 이용자를 바라보고 규제하는 방통위가 되려면 대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말입니다. 새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최근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고 말했었죠. 이 말이 공허한 수식어에 그치지 않으려면, 방통위는 다른 누구보다도 먼저 방통위부터 쇄신의 대상에 첫번째로 올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방송과 언론에 대한 규제를 서두르기에 앞서 방통위의 모순적 구조부터 받아들이는 거시적 안목을 지닌 인물이기만 하다면야, 누가 방통위원장이 되든 국민들은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과연 그런 고민을 하는 정부, 그리고 방통위원장은 언제쯤 돼야 만나볼 수 있을까요?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