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정치 과잉의 시대와 규제
2023-07-05 06:00:00 2023-07-05 06:00:00
많은 사람들이 산업계를 두고 흔히 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기업은 규제를 싫어한다는 것이죠. 또 규제는 신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혁파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업 현장을 실제로 들여다보면 의외로 규제를 바라는 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규제가 없는 것 자체가 더 큰 불확실성을 야기한다고 보는 경우입니다. 신사업에 도전한 이후 이제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야 하는 곳들이 그러한데요. 이들 기업은 말합니다. 차라리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명확히 규정해줬으면 한다고, 그래야 그걸 바탕으로 삼아 다음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규제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는 것이죠. 또한 새로운 사업을 펼쳐나가려 하는 기업의 경우 규제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사업의 불확실성을 지우는 효과를 낳아, 기업 발전의 토대로 기능하게 되는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차원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요즘 산업계를 둘러보면 정작 산업적 발전을 위해 시급한 부분에서는 규제가 더디고,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부분에선 규제 움직임이 빠른 듯합니다. 특히 최근의 규제 초점은 온통 '뉴스 산업'에 맞춰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정 기구화 입법 추진,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및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실태조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방송·통신·미디어, 그리고 플랫폼에서도 유독 뉴스와 관련한 부분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플랫폼의 경우 더욱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됩니다. 이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플랫폼 규제를 민간 주도의 자율규제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기 때문이죠.  '자유'를 수차례 강조하고 나섰던 기조가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뉴스 앞에서는 급선회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플랫폼의 알고리즘 편향성에 대한 의구심은 오랫동안 존재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유독 '뉴스 알고리즘'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이상합니다. 명분이 아무리 그럴 듯하다 해도 쏠림 현상이 있으면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운 법이죠. 그 의심의 눈초리란 바로 '정치 과잉'입니다. 
 
좀 더 규제가 시급한, 즉 가이드라인 정립이 급박하게 필요한 산업 영역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위정자가 있었으면 합니다. 국경 없는 시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법규제와 가이드라인을 고민하는 정치인 말입니다. 신산업은 일단 처음에는 규제 없이 열어둘 필요가 있지만, 태동기를 지날 때쯤엔 되레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것이 산업 발전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뉴스 알고리즘보다 어쩌면 더 시급한 문제들이 현재 방송·통신·ICT업계 곳곳에 산적해 있습니다. 생성형 AI의 윤리 및 저작권법 문제, 망중립성 논쟁, 가상자산 규제 등 조금만 눈을 넓힌다면 금세 파악되는 것들이죠. 정치 과잉을 벗어나 국가 미래산업의 경쟁력에 좀 더 고민하는 정부의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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