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조현준 회장의 횡령 이력은 효성의 ESG공시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효성은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의무에 따라 횡령 이력을 적시했지만 그럼에도 이사 선임한 이유는 이율배반적이라 금융위 가이드라인을 반 정도만 충족한 수준입니다. ESG공시가 국내외 무역활동에 폭넓게 반영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그룹에 부정적이란 지적입니다.
26일 금융위 등에 따르면 지배구조보고서 공시제도는 상장기업이 기업지배구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공시하고 미준수 시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합니다. G20과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핵심원칙 10개, 세부원칙 28개) 등의 형태를 제시하되 기업에게 재량권도 줍니다. 기업 특성상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설명하도록 합니다.
이와 관련 효성은 최근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기업가치의 훼손 또는 주주권익의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를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금융위가 제시한 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만족하는 부분입니다.
효성은 또 임직원에게 윤리경영 실천 기준을 제시하고 투명한 기업 운영을 위해 ‘윤리강령’과 실천적 세부 지침을 담고 있는 ‘실천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회사의 금품을 횡령 등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자 등에 대해 징계 조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서에 썼습니다. 확정된 징계 사항에 대해서는 근무 성적 평정 및 각종 인사에 반영한다고도 했습니다.
횡령·배임·불공정거래행위로 확정판결 또는 혐의 있는 자의 임원선임 여부에 대해서는 공시대상기간 신규 임원으로 선임된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현준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12월30일 대법원에서 유죄(횡령) 판결을 받았으며 그 외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건이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 원칙을 이행하고 회사 및 그룹 미래성장동력을 구축하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을 수행한다'고 했습니다. 또 '사내이사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하고 이사회 등의 적법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현준 회장이 횡령 이력에도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는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지만 앞서 회사가 준수한다던 이사 선임 원칙에 반합니다. ESG공시 가이드라인을 충족한다고 밝혔던 투명경영 원칙들이 조현준 회장에게만 예외적으로 작용해 공시정보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ESG 공시가 의무화돼 효성은 매년 보고서에서 조현준 회장의 횡령 이력을 적시해야 하는 압박을 받습니다. 지배구조보고서는 2017년3월 자율공시로 도입된 이후 2019년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대상으로 의무화됐습니다. 작년엔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됐으며 2024년에는 자산 5000억원 이상이 되고 2026년부터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공시해야 합니다.
관계 당국은 우수공시 법인에는 혜택을 부여하고 불성실 법인은 벌점제재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벌점 수준에 따라 매매거래 정지, 관리종목 지정도 가능합니다.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주요국들도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규율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국제 이니셔티브는 기업의 ESG 지표에 대응한 투자자들의 주주활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의 횡령 이력에 따른 ESG 공시 문제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대형 상장회사들에 대해 배임·횡령 등으로 기업가치를 훼손한 자를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도록 ‘준수 혹은 설명’ 방식 공시를 통해 자율규제로 유도하고 있으나 기업들의 개선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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