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의사결정했던 베트남 화학 사업이 수렁에 빠졌습니다. 효성화학 자회사인 베트남법인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미국 화학회사 UOP로부터 영업비밀침해금지청구 소송도 맞았습니다. 베트남 사업은 초기 시설투자와 채무보증 등을 포함한 금액이 수조원대에 달해, 좌초될 경우 그룹 위기로 번질 것이 우려됩니다.
22일 효성그룹 등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베트남 자회사 비나케미칼은 지난해 7월 미국 UOP로부터 영업비밀침해금지청구 목적으로 피소됐습니다. 베트남 현지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며 올 하반기 1심 공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UOP는 비나케미칼이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합니다. 비나케미칼은 베트남에 석유가스를 활용해 석유화학제품 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을 만드는 PDH 공장을 지었습니다. UOP는 과거 프로필렌 제조 특허기술을 효성에 제공한 바 있으며, 소송 결과에 따라 공장 가동 중단 또는 손해배상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나케미칼의 베트남 투자 결정은 효성에서 분할하기 전인 2018년 2월에 이뤄졌습니다. 이 사업은 이후 2018년 6월 효성의 회사분할을 통해 효성화학 100% 자회사로 이동했습니다. 초기 투자비는 1조8000억여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비나케미칼은 적자를 지속해 현재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효성화학은 이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채무보증과 유상증자를 통한 추가 출자, 대여금의 출자 전환 등 재무부담을 지고 있습니다. 효성화학이 비나케미칼에 채무보증한 잔액은 이달 20일 기준 1조6732억원이나 됩니다. 이는 효성화학의 1분기말 연결기준 총자산 3조3094억원의 50%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사업 차질 시 그룹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값 상승으로 PDH 원료인 석유가스(LPG) 가격도 올라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베트남과 중국 등 경쟁사의 신증설이 많은 게 적자 배경입니다. 중국에선 지난달에도 연산 60만톤 규모의 새로운 PDH 설비가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 내에서도 신증설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업은 효성그룹 차원의 투자 전략입니다. 특히 비나케미칼은 조현준 회장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조현준 회장은 2017년 7월20일 효성 대표이사에 선임돼 비나케미칼이 분할되기 전 이사회 결정을 주도했습니다. 때문에 회사자금 횡령 유죄 판결을 받은 바도 있는 조현준 회장이 의사결정해 사업 실패가 부각될 경우 책임론이 거세질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자문기관들은 특경가법 위반 전력이 있는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에 반대해왔습니다.
조현준 회장의 베트남 투자 책임론에 대해 효성 측은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PDH공장의 원가 문제는 시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공급과잉은 구조적 문제라 적자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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