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효성화학(298000) 베트남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장 가동률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하면서 베트남법인은 큰 적자 늪에 빠졌습니다. 베트남법인 실적 부진은 효성화학의 수익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조현준 회장이 오는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에 동행하는 가운데 효성화학의 첫 해외 거점인 베트남에서 어떤 협력방안을 논의할 지 주목됩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지난해 12월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투자와 사업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진=효성)
21일 효성화학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1분기 기준 전체(국내·해외) 공장 가동률은 45.17%입니다. 2021년 77.84%, 지난해 75.05%에서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는 베트남 공장 생산 차질이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앞서 효성화학은 2020년 2월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는 베트남 1공장을 완공하고 4월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9월에는 2공장을 지었습니다.
이와 함께 LPG 저장탱크, 프로판 탈수소 공장(PDH)도 구축했습니다. PP 생산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뉘는데요. 부두를 통해 액화석유가스(LPG)를 들여오면 이를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수소를 떼어내는 탈수소화 작업을 거쳐 프로필렌을 만든 뒤 이를 가공해 PP를 생산합니다.
효성화학은 부두-LPG저장탱크-DH(탈수소화공정)-PP 생산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생산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위해 효성화학이 2018년부터 4년 동안 투자한 금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효성 베트남 주요 사업.(사진=효성)
하지만 PDH 설비 점검과 보수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주 원재료인 LPG 가격이 오른 반면 석유화학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제로(zero) 코로나' 정책 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PP 가격마저 하락했습니다.
결국 베트남법인의 적자 규모는 2020년 423억원, 2021년 449억원, 지난해 2324억원으로 확대됐죠. 올해 1분기에도 30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베트남법인의 실적 악화는 고스란히 효성화학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9940.57%에 달했습니다. 2021년 2631.81%에서 급증한 수치입니다.
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의 실적 개선을 위해선 베트남 공장의 정상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중국이 PP 자국 내 증설 물량을 크게 늘려 베트남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더라도 수익성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효성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은 지난달 정비를 마치고 정상 가동에 들어가 가동률 90% 수준"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높은 상황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은 조 회장이 투자를 진두지휘한 곳이기도 합니다. 조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이 포스트차이나의 글로벌 제조 생산 기지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습니다.
효성은 2007년 호치민 인근 동나이 지역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약 35억달러(4조5000억원)를 투자해 총 6개의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도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차입금 급증으로 재무 부담만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베트남 신규 설비의 안정화 지연은 효성화학 수익성에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며 "비우호적인 업황 전망을 감안하면 과중한 재무 부담이 수준이 유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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