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재난 대비책, 점검이 필요하다
2023-06-02 06:00:00 2023-06-02 06:00:00
이번주는 전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린 한 주였습니다. 북한의 위성 발사가 남쪽을 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죠. 특히 서울시민들의 경우 이른 새벽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웬만한 이들 머릿속에는 아마 이런 질문이 빙빙 맴돌았을 겁니다. '만약 진짜 전쟁이 난 거라면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하지?'
 
예전 같았으면 우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위해 TV나 라디오부터 켰을 테지요. 하지만 뉴스미디어를 접하는 경로가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네이버로 몰렸는데, 네이버는 트래픽을 감당 못해 그만 먹통이 돼 버렸습니다. 오래지 않아 접속이 정상화되긴 했지만, 잠깐 끊긴 연결상태는 머릿속에 또 다른 질문들을 불러왔습니다. '전쟁이 났는데 인터넷 접속이 안되면 어떻게 하지?' '전쟁통에 통신이 마비돼 휴대폰을 쓸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가족 전화번호는 외우고 있나?' 등등의 질문이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 것이죠. 별다른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고, 그저 우리 동네 비상대피소가 어디인지 확인한 다음에 마음을 조금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래지 않아 또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이 시작됐습니다. 미묘하게 찜찜한 기분은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채 말입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찜찜하게 느꼈던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올 7월 내내 비가 올 거라는 날씨 정보였는데요. 어느 한 민간 기업에서 만든 비공식 날씨예보이고, 기상청에선 2주 이상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올 여름 엘니뇨가 3년만에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기상청 공식 예보이지요. 비가 많이 온다는 얘기입니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이상기온이 세계 곳곳에서 이미 수차례 감지돼온 상황인 만큼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예고된 재난 경보입니다. 지난해 여름 침수 피해가 자연스레 상기되기도 했는데요. 1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의 준비가 됐을까요? 올해 비가 많이 와도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까요?
 
재난상황이나 천재지변은 사실 개개인이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대비도 없이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지요. 최근에 연달아 느낀 찜찜함 혹은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전쟁이나 홍수가 별안간 닥칠 수도 있다는 것 그 자체보다는, 위기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 감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사시에 대한 대비는 평상시에 해야 하는데, 뉴스들은 그저 흘러 지나가버리고, 사람들은 또 다시 일상으로 속속 빠르게 복귀하는 모습이 왠지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전국민이 알아야 할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교육을 기대하는 건 아직도 너무 이른 일일까요. 친절하고 알기 쉬운 재난 대응 안내자료를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되길 바래봅니다.
 
김나볏 중기IT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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