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인프라가 우여곡절 끝에 개시했습니다.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53개 금융회사에서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데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등은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하는 빅테크 또는 핀테크의 플랫폼에 입점하거나 자체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환대출 서비스가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는데요.
금융위원회가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한 것은 지난 2021년입니다. 당시 금융결제원이 시스템까지 모두 준비했지만 시중은행과 빅테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좌초된 바 있습니다. 금융사들은 빅테크에 금융사가 종속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금융사들은 왜 갑자기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꿨을까요.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금융사의 '이자 장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이어오다가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은 공공재'라며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을 압박했습니다. 2년 여 전과 같이 금융사들이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꺼릴 명분이 없어졌습니다.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하는 금융권의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합니다. 빅테크 종속 문제, 머니무브 문제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요. 빅테크 종속 문제는 수수료와 맞닿아 있습니다. 빅테크 종속 문제는 수수료와 맞닿아 있습니다. 대출 상품 공급자(금융사)들이 빅테크에 입점하면 다양한 소비자에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지만 0.5~1%대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일단 빅테크들은 사업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단 대환대출 중개수수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시중은행 입점 경쟁을 펼쳤습니다.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가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 등 5대 은행을 모두 입점시켰고, 토스와 네이버페이도 대형은행 2곳씩 입점시켰습니다.
사실상 빅테크가 대형은행을 모두 쓸어가면서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시장도 빅테크의 독무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중소 핀테크업체들은 빅테크의 수수료 인하 공세에 명함도 못 내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빅테크의 독점에 따른 폐해도 우려됩니다. 그간 빅테크는 사업 초기에는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하다가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이후 수수료를 올리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입니다.
시살 빅테크의 독점 문제를 걱정하기에 앞서 대환대출 서비스의 흥행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은행권이 취급할 수 있는 대환대출 취급액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플랫폼 종속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대형은행들은 일부 빅테크 위주로 최소한의 입점 계약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은행들의 영업 전략은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를 활용해 본인들의 앱과 오프라인 창구에서 자사 대출로 고객을 끌어오는 것입니다. '이자장사' 비판을 벗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대환대출 인프라 협약을 늘렸지만, 빅테크에만 좋은 일을 시켜줄 리 만무합니다. 빅테크 독점 문제와 업권 간의 수수료 갈등과 같은 현안을 미뤄둔 채 당국의 주도로 탄생한 대환대출 인프라가 잘 유지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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