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카오 공동체의 1분기 경영 성적표가 공개됐는데요,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썩 좋지 않습니다. 모기업인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는 이익이 급감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카카오페이는 적자폭이 확대됐습니다. 상장 계열사 중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며 체면 치레를 했습니다.
지난 4일 공개된
카카오(035720)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에 그친 1조740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경기 침체에 따른 광고 사업 성장 둔화 영향이 컸습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다중화 등에 대한 투자 확대로 외주 인프라 비용이 늘어나며 영업비용은 12% 증가했는데요. 이 때문에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1년 사이 반토막이 났습니다.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1월 초 서브컬처 게임 '에버소울'이 성공적으로 론칭됐지만 매출 버팀목인 '오딘: 발할라라이징'의 업데이트 지연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6% 위축됐습니다. 또한 상반기 기대작 '아키에이지 워'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비 집행이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10%포인트 이상 떨어졌습니다.
카카오페이(377300)의 경우 매출은 14.7% 증가한 1415억원으로 견조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적자폭이 10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스토리(웹툰·웹소설)와 미디어 부문의 부진을 뮤직 부문이 상쇄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판교 카카오 아지트 외부 전경. (사진=카카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데요. 하지만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든 경영진의 표정이 마냥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도약을 위한 이유있는 부진이라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모기업인 카카오부터 보자면, 본연의 경쟁력인 카카오톡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합니다. 채팅 탭 이외에 사용성이 떨어지는 탭들의 개편을 통해 보다 세밀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제공하려 하는데요. 이용자 간의 관계성을 강화해 선물하기 등으로 이어지는 매출 연계 효과를 높이는 동시에, 온라인 광고 시장 둔화에 대응해 톡채널 확대로 직접적인 매출 증대도 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광고와 다른 예산으로 소진되는 톡채널 메시지 광고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오픈채팅 탭 신설을 포함한 카카오톡의 개편은 이달 중 시행될 예정으로 그 효과가 2분기 실적에 바로 반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월 말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 효과를 기다립니다.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이후 한 달 넘게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오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를 잇는 매출 효자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반기에는 또 다른 MMORPG 대작 '아레스: 라이즈오브가디언즈'도 출격해 게임업계 신흥 강자로의 위상을 지키고자 합니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거래액 지표 개선을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분기 카카오페이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3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매출 기여 거래액도 같은 비율로 증가했습니다. 결제와 금융, 송금 등 전 분야의 거래액이 고르게 성장했고, 매출 역시 두 자릿 수 증가율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재도약을 위한 내실을 다지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선택과 집중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수천억원 대의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에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인데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 '뉴 이니셔티브' 영역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입니다. 그 결과물인 카카오브레인의 AI 사용서비스를 하반기 중 만나볼 수도 있지요.
동시에 경쟁력이 낮거나 비효율적인 사업은 과감히 정리를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을 사내 독립법인(CIC)으로 분리할 예정입니다. 설립 예정일은 오는 15일입니다. 회사 측은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 역시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로 보여집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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