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차기 회장을 둘러싼 후보들 간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손태승 회장이 연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거취 표명을 유보하자, 손 회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혀왔습니다. 하지만 손 회장의 '용퇴' 결정으로 상황은 180도로 달라진 모습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에서 손 회장이 "금융권의 세대그룹 교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전직 우리은행 및 우리금융지주 임원 출신 가운데 1960년대생으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인사들은 '세대교체'라는 명분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평가됩니다.
내부에서는 현재 우리은행을 이끌고 있는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원덕 행장은 1962년생으로 현직 우리은행장인 만큼 전문성은 물론 우리은행 현 사정에 대한 이해도도 가장 많이 갖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에서도 조용병 회장의 용퇴에 맞춰 신한은행을 이끌던 진옥동 행장이 차기 회장에 선임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 퇴직 임원 중에서는 이미 한 차례 우리은행장을 지낸 권광석 전 행장도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권 전 행장은 1963년생으로 경쟁 후보들 대비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합니다. 우리은행의 김양진(1956년생)·장안호 전 수석부행장(1960년생)과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1956년생)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손 회장이 사실상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고 용퇴한 만큼 결국 외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올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임추위는 외부후보 추천과 관련해서는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거나 이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자'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내부 인사가 이를 불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합니다. 금융권에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등이 임추위가 제시한 자격요건에 부합하는 인사들로 꼽고 있습니다.
가장 무게감 있는 후보는 임종룡 전 위원장입니다. 금융위원장 뿐 아니라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사 CEO를 지낸 경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만큼, 내외부 이슈로 어수선한 우리금융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다만 임 전 장관은 '관치금융'과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어 후보에 오르더라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손 회장의 용퇴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 곧바로 민간 금융사 회장으로 오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춴위원회는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롱리스트(1차 후보군)을 확정한 이후 이달 말 두번째 임추위를 열고 숏리스트(2차 후보군)을 추릴 계획입니다. 내달 초 최종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출할 계획입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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