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일본 대표 전자회사 소니와 완성차 회사 혼다가 손잡고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했다. 소니가 갖고 있는 이미지센서, 인공지능(AI), 로봇, 엔터테인먼트 등에 혼다와 손잡고 실제 차를 양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혼다를 비롯해 토요타,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에 한 발 늦게 뛰어든 만큼 수십조원을 투입해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방침이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현대차(005380)그룹과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소니가 혼다와 합작한 첫 전기차 콘셉트카 '아필라'.(사진=소니혼다모빌리티)
9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와 혼다 합작회사 소니혼다모빌리티는 CES 2023에서 첫 전기차 '아필라'(Afeela)를 공개하고 2026년 북미에 출시할 예정이다. 소니와 혼다는 지난해 3월 전기차를 개발·판매하는 합작회사를 출범시키고 2025년을 목표로 첫 모델을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니혼다모빌리티가 전기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업계에선 세계 1위 완성차 업체 토요타가 전기차 시장에서 쫓기는 신세가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동안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했다. 주행거리가 길지 않고 배터리 가격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생산 및 판매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전기차를 개발하지 않고서는 점유율 확대가 힘든 상황이 됐다. 결국 전기차 전환에 주저하는 사이 경쟁업체와의 주행거리, 충전속도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
시장조사회사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291만대로 압도적인 1위다. 일본은 2만대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일본이 판매한 전기차는 9만여대로 1위 테슬라 46만여대의 5분의 1에 불과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격차가 점점 커지자 토요타는 2021년 12월 대대적인 전동화 계획을 발표했다. 토요타는 2025년까지 15종,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전 차종에서 전기차 모델을 보유하고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350만대를 목표로 설정했다. 혼다 역시 2030년까지 30종의 전기차를 연간 200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2040년까진 전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한다. 닛산은 2026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 2조엔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생산할 방침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사진=현대차)
일본 완성차 빅3의 대규모 투자와 소니혼다모빌리티가 전기차를 '움직이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만큼 IT기업의 전기차와 기존 완성차업체, 테슬라 등 새로운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연기관차 시대와 달리 일본보다 빨리 전기차 전환을 시작한 현대차그룹과도 치열한 한·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24만8000대로 중국 BYD, 미국 테슬라, 중국 상하이자동차, 독일 폭스바겐 등에 이어 5위다.
현대차는 일본과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2026년 84만대, 2030년 187만대의 전기차 판매가 목표다. 목표 달성시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021년 3% 초반에서 2030년 7%로 뛰며 현대차그룹 기준으로는 6%에서 2030년 12% 수준으로 상승이 기대된다.
기아(000270) 역시 올해 전기차 16만대를 시작으로 2026년 80만7000대, 2030년 1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현대차그룹의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은 307만대에 달한다. 2021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471만7728대)의 65%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와 품질 제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향후 전동화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투자하는 자금은 120조원(현대차 95조5000억원, 기아 28조원)이 넘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전환이 늦었지만 일본의 저력이 있기 때문에 쫓아오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현대차가 얼마큼 선두 그룹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