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가계통신비는 해묵은 난제다. 통신비가 올라도, 통신비가 내려도 '비싸다'고 느끼는 것이 민심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퓰리즘 가계통신비 정책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등 정책적 효과로 2020년까지 하락세 기조였던 가계통신비가 2021년에 이어 지난해 3분기까지 오름세로 돌아섰다.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추가 상승 우려도 큰 상황이다. 당초 통신비 인하 정책에 무관심이던 윤석열 정부도 중간요금제 확대 기조에 이어 특화요금제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직접적인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는 다수를 포섭하는 정책은 물론 의견 수렴 과정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연간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 항목을 보면,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도입된 이후 2010년 13만6682원으로 월평균 통신비가 크게 상승했다. 이후 2014년 15만400원까지 올랐다. 이후 박근혜정부 단통법 시행과 문재인정부의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등과 맞물리면서 2017년 월평균 통신비는 13만7800원으로 감소했고, 2020년에는 12만원으로 감소폭을 키웠다. 하지만 비싼 요금제로 지목되는 5G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2021년 월평균 통신비 지출이 12만4000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분기별로 지출이 늘어나면서 3분기에는 이 비용이 13만1000원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 대리점에 요금제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치적으로 살펴보면 월평균 통신요금이 우상향 한 것은 아니다. 특히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통신비가 마냥 늘어났다고만 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이동전화 트래픽 현황을 보면 2015년 말 1인당 월평균 3.04GB의 트래픽을 사용했지만, 3년 후 1인당 평균 트래픽이 2배 넘게 증가했고, 5G가 본격화된 이후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10월말 기준 13.15GB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국민의 인식 속에서 가계통신비는 여전히 부담이고, 비싼 영역으로 인식된다. 특히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통신비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1%를 기록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물가상승과 연동해 통신 요금이 오른 사례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낸 영국의 통신서비스 요금 추세 보고서는 지난해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요 통신사들이 기존 가입자 대상으로 인플레이션 이상의 연간 요금 인상을 적용함에 따라 일부 가입자는 10% 이상의 요금 인상을 겪었다고 기술했다.
현 경제 상황과 통신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고려할 때 가장 많은 이용자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용자 선호가 많은 방향으로 대책을 내놓으면서 통신비 보조가 필요한 특정 계층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하는 투트랙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특정 세대를 지원하는 전시성 행정을 지양해야 한다"며 "다수의 이용자를 포섭하면서 데이터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세대에 대해서는 지원을 늘리는 투트랙 방식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가령 단순히 청년요금제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세한 벤처 스타트업에 대해 요금제 폭을 넓혀주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니어 요금제의 경우도 인구 수부터 데이터 사용 현황 등을 분석해 소비자가 비용을 경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자, 이용자, 정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요금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후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요금제에 대한 여론도 사전에 수렴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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