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5G 서비스에 대해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이 내려졌다. 불완전한 서비스, 말뿐인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 등의 오명 속에서도 3.5㎓ 기반 전국망에 속도를 내고 있었지만, 고주파 대역인 5G 28㎓에 대해 이용 기간 단축과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제재가 나온 것이다. 사업자들 사이엔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의 입장이 강경한 가운데, 투자에 인색했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의 화살을 맞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들이 원해서 3.5㎓ 대역과 28㎓ 대역을 동시에 공급했으며, 공동 구축 수량을 개별 의무 구축 조건으로 인정하고, 정부 예산지원을 통한 다수의 실증·시범 사업을 추진했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지원을 지속했지만, 통신사들의 투자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정부측 의견도 일리는 있다. 통신사들은 전국망으로 구축 중인 3.5㎓에 대해 21만161국을 설치하는 동안 28㎓ 대역은 공동 구축한 실적을 포함해 5059대 설치에 그친 까닭이다. 절대적 수치만 봐도 28㎓에 대해 투자를 안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지국 부족으로 5G 서비스의 불완전성이 지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사업모델도 없는 28㎓ 대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지난해 이맘 때를 기점으로 국회는 28㎓ 대역 주파수 정책 재검토의 공론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해왔다. 일찍이 폭넓은 공론화를 거쳐 28㎓ 대역 주파수 활용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만들고 정책 방향을 수정해왔다면 사상 초유의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파국은 빚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 결국 3년 동안 28㎓ 대역을 쥔 채 정부와 사업자간 이견 차이만 심해졌다. 최고경영자(CEO)들까지 나서서 28㎓ 재할당 연구반 만들기를 요청해 운영했지만, 별 소득 없이 제재로 결론이 났다.
일찍이 28㎓의 정책 방향 수정 필요성을 강조해온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이번 정부의 제재와 관련해 28㎓에서 B2C 사업이 어렵다는 것은 여러차례 말해왔고, 6G로도 28㎓를 쓰려면 아직 멀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지 않은 채 투자를 지속하라고 한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앞서 한국은 정부와 사업자가 함께 노력한 결과 5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하지만 28㎓ 대역의 비활성화와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정책적 제재로 빛 바랜 세계 최초 타이틀만 남을 판이다. 정부와 사업자가 책임 공방에만 함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유한한 국가자원인 주파수가 낭비 없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이제부터라도 고민해 봐야할 때다.
이지은 중기IT부 기자(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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