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현대중공업(329180) 노동조합이 2021년도 임금협상 난항을 이유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의 적극적인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원자잿값 급등의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면서 맞서고 있어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 후판 가격 상승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회사 설립 50주년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267260),
현대건설기계(267270) 노조 조합원들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전면파업을 단행한다. 현대중공업은 3사 1노조 체제다. 이번 전면파업에서 특수선 부문과 해외지역 조합원은 제외된다.
노조는 지난 25일 밤 보도자료를 내고 “회사는 아직도 2021년 단체교섭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부결이 된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며 벌써 한 달째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답답한 실정”이라며 “생산 현장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다시 한번 회사에 경고하는 의미”라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다음 달 4일까지 사측의 태도와 내부 논의 등을 통해 향후 투쟁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021년도 임금협상을 위해 마련된 교섭장에서 사측을 기다리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잠정 합의안 부결 이후 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며 5월4일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의 태도와 조합원들의 흐름(의견)을 다 파악해 추후 압박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지난 2017년 일렉트릭과 건설기계 부문이 인적분할된 이후 사측이 서로 다른 성과급을 제시하는 등 분열을 획책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8월30일 이후 7개월이 넘도록 2021년도 임금협상을 마치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노사가 기본급 7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을 잠정 합의했지만, 노조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노조는 출근 투쟁과 점심 집회를 이어오다 전면파업을 결정했다.
향후 파업 양상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선박 수주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기준 선박 부문 수주 실적 37억3000만달러(약 4조6500억원)를 기록해 올해 목표액 83억4000만달러(약 10조4100억원)의 44.7%를 달성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수주받은 선박 건조 일정이 늦춰지게 된다.
특히 선박 건조와 관련해서는 후판가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선박 제조원가에서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30% 내외로 파악된다. 철강재에서 후판의 비중은 약 90%로 전해진다. 후판 가격은 지난 2020년 1톤당 68만5000원에서 2021년 120만9000원으로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각종 원자재값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철강 주요 생산지인 중국 탕산시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됐다. 철강사들은 조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원가 상승에 따른 후판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후판 가격이 오르면 향후 현대중공업 실적에도 부담이 된다. 후판값이 선박 수주 계약 당시보다 오를수록 건조 비용이 늘어나 2년~3년 뒤 고객에게 선박을 인도하는 시점에서 남는 돈이 그만큼 줄게 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 급등과 인력난 등으로 조선업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노사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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