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잇단 수주로 낭보를 전하고 있지만, 원재료값 상승이 실적 개선에 장기적인 부담을 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042660) 모두 1분기 수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원자재 값 상승이 조선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조선사들은 철강 제품 가격 인상분을 충당금으로 설정해 조단위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7546억원 적자였다. 한국조선해양은 1조3848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31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을 맞고 있지만 치솟는 후판 가격 때문에 향후 매출에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의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가장 큰 문제는 치솟는 선박용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이다. 철강재가 선박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30% 내외로 파악된다. 철강재에서 후판의 비중은 90% 내외로 알려졌다. 후판 가격은 지난 2020년 1톤당 68만5000원에서 2021년 120만9000원으로 뛰었다.
후판 가격은 원재료인 철광석 값과 유연탄 값에 좌우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9일 1톤당 89.83달러(약 11만원)였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15일 152.06달러(약 19만원)로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각종 원자재 공급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중국에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요 철강 생산지인 탕산시가 봉쇄됐다.
이에 철강사들은 이러한 비용 상승을 감안해 후판 공급가를 전년 대비 10%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선사들은 소폭 인상 또는 동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 특성상 후판 가격 상승은 장기적인 부담을 준다. 조선업계는 주로 선박 인도 시점에 계약가의 70%~80%를 받는 '헤비 테일(Heavy Tail)' 방식을 따른다. 이 때문에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간이 1년~2년 걸린다.
예를 들어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수주한 컨테이너선과 자동차 운반선 매출은 올해가 아닌 선박 인도 시점인 2025년 1분기~2분기 실적에 반영된다. 수주 당시 후판 값이 계약금에 반영되는데, 설계를 마친 6개월 뒤 건조할 때 후판 값이 올라 있으면 조선사로서는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당시 후판 가격과 예상 범위에 따라 자재를 구해 선박을 짓는다"며 "그렇게 가격이 뛰어 버리면 당연히 바로 손실로 잡히게 되고, 수익성에도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연히 급격한 후판가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사들은 연초부터 잇따라 수주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 80척에 82억3000만 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 174억4000만 달러의 47%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5척에 컨테이너선 9척으로 총 22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액 88억달러의 25%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목표액 89억 달러의 51.8%를 채웠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각국의 경제 활동 재개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등으로 발주량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의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고효율 선박 교체가 늘어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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