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건설과 산업기계 계열사를 정리한
두산(000150)그룹이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해상풍력에 이어 의약품 보관 용기 소재 사업에도 진출한다. 핵심 계열사가 줄어들면서 채권단 체제 조기 졸업을 위해서라도 지속해서 이익을 창출할 먹거리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미국에서 의약품 보관용 첨단소재 사업을 하는 SiO2 머티리얼즈 사이언스(Materials Science)에 1억달러(한화 약 1192억원)를 투자한다고 21일 밝혔다. 두산이 의약품 용기 사업 관련 투자를 단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iO2는 글로벌 제약사가 만든 코로나19 예방용 백신에 쓰이는 보관용기를 제조하는 업체다. 백신 용기 외에 사전 충전형 주사기(Prefilled Syringe, PFS), 채취된 혈액을 담는 용기(Blood Collection Tube, BCT)도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식음료(F&B), 화장품, 원료의약품에 쓰이는 용기와 전자소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산이 SiO2 투자에 나선 건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공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의약품 용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번 투자를 통해 SiO2 모든 제품에 대한 아시아·오세아니아 독점 사업권도 확보했다. 향후 국내 제조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두산 관계자는 "의약품 용기 시장은 5~6개 글로벌 업체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를 통해) 전세계 의약품 용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의약품 용기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액상 의약품, 백신 등을 담는 용기(Vial) 제품. 사진/두산
두산그룹은 의약품 용기 사업 외에 SMR, 가스터빈, 해상풍력, 수소연료전지, 친환경 수소 생산기술, 로봇 등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꾸준히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아직까진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인 사업이 많아 성과가 뚜렷하진 않지만 성장 가능성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두산중공업을 2022년 투자 유망 종목으로 지목하며 "해상풍력·액화천연가스(LNG)발전 시장 진입을 통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 중이고,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현금 창출 능력과 배당 능력을 바탕으로 한 현금흐름 정상화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채권단 관리 체제 조기졸업을 위해서라도 신성장 동력 확보는 중요하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3년 만기 재무약정을 맺은 후 핵심 계열사와 자산 매각을 통해 빠르게 빚을 갚았다. 최근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도 매각했다.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던 두산건설 매각까지 성사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채권단 관리 체제가 종료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채권단은 두산건설 매각이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며 내년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진행 상황을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채권단이 두산그룹의 현금을 창출 능력을 면밀히 살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섣불리 졸업을 시켰다 다시 유동성 위기가 오면 산은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 또한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업무협약(MOU) 종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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