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두산(000150)그룹이 핵심 자회사인
두산건설(011160) 경영권을 국내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돌입한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 체제를 약 1년 반만에 졸업할 전망이다.
22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중공업(034020)은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최대주주인 투자목적회사 '더제니스홀딩스 유한회사'에 두산건설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 중 54%를 넘기는 방식이며, 매각 규모는 약 2500억원이다. 나머지 46% 지분은 두산중공업이 계속해서 갖는다.
두산중공업은 거래 마무리 후 두산건설을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그룹은 경영난으로 지난해 6월 산업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 3조원을 빌린 후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과 채권단에 구조조정을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두산의 경우 2023년 6월까지 빌린 돈을 갚기로 했으며, 상환하지 못하면 채권단은 담보로 잡은 5조6500억원 규모의 두산 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두산은 알짜 사업과 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지난해 8월 클럽모우CC(1850억원) 매각을 시작으로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두산모트롤BG(4530억원) 등을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기준 채무 잔액은 1조5459억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8월 건설기계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중공업그룹에 8500억원에 매각하면서 채무 잔액은 7000억원 수준까지 줄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분당두산타워 전경. 사진/두산
이처럼 두산이 채무 잔액을 상당 부분 줄였음에도 산은이 채권단 관리 체제 졸업을 망설인 건 계속해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섣불리 졸업을 시켰다가 다시 유동성 위기가 오면 산은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두산건설 매각은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위한 마지막 핵심 열쇠라고 봤다. 두산건설은 오너 일가가 각별히 아끼던 계열사로, 2009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그룹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혔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두산건설 또한 매물로 내놨지만 우선협상대상자인 대우산업개발과의 협상이 최종 타결에 이르진 못했다.
산은은 두산의 두산건설 매각 계획서를 검토한 후 연내 자구안 조기 졸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산은이 채권단 관리 체제를 풀면 두산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받은 기업 중 최단 기간에 졸업하는 사례가 된다.
채권단 조기 졸업을 눈앞에 둔 두산은 더욱 적극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은 수소, 소형모듈원전(SMR), 풍력 등 친환경 중심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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