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 5월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주식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 등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국내 증시부진의 배경을 공매도에서 찾고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지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 물량을 쏟아내며 증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되면서 공매도 잔고금액이 2~3배가량 늘었고, 공매도 과열종목들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코스피200 공매도 잔고는 9조1946억원으로 5월 3일 재개 전 4조2332억원(4월 30일 기준)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150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3조3105억원으로 9836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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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거래비중 상위 종목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LG디스플레이가 14.81% 하락했으며, 금호석유(-34.62%), HMM(-29.85%), 호텔신라(-5.43%)가 하락했다.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았던 셀트리온도 12.41% 하락했으며, 롯데관광개발과 두산중공업은 각각 1.63%, 83.15% 상승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실제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판 가격보다 싸게 매입해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이 같은 공매도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증시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과 기관보다 신용도와 자금력이 떨어지는 데다, 주식 대여기간이나 증거금, 담보비율 등에서도 불리하다.
공매도 상환기간의 경우 개인들은 90일 이내에 되돌려 줘야한다. 종전 60일이던 상환기간이 이달부터 30일 늘어났다. 그러나 기관이나 외국인의 경우 상환 기간이 없다. 미국의 경우 공매도 거래 시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다. 담보비율도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은 차이가 있다. 개인투자자의 증거금률은 140%다. 100만원의 주식을 빌리기 위해선 14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한 셈이다. 반면 기관이나 외국인은 10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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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형평성 문제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 5월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 58조9607억원, 코스닥 19조6651억원으로 총 78조6258억원에 달한다. 이중 외국인의 거래대금이 58조8313억원으로 전체 대금의 74.82%에 달한다. 반면, 개인은 1조5647억원으로 1.99%에 불과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확률이 높은데, 이는 공매도가 지나치게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며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기관과 외국인의 의무상환기간이나 증거금비율을 개인과 동일하게 하고 공매도 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치는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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