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근무 시간이 짧은 '초단시간 근로자'를 퇴직급여 대상에서 제외한 현행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초단시간 근로자 A씨 등이 "관련 법규정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가 일시적이거나 임시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지에 관계 없이 모든 근로자에 대해 퇴직급여 지급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근로자의 노후 생계 보장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한 채 사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만을 가중시켜 오히려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퇴직급여법상 퇴직급여액은 근로자의 근무 경력이 길어질수록 누진적으로 퇴직급여도 많아지도록 설계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퇴직급여제도는 근로자의 장기간 복무와 충실한 근무를 유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며 "사업장에서의 전속성이나 기여도가 낮은 일부 근로자를 한정해 지급대상에서 배제한 것을 두고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 명백히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한 판단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초단시간 근로자 고용 기간이 대부분 1년 미만인 점, 국민연금제도와 실업급여제도 등 퇴직 후 생활보장 제도가 있는 점, 국제노동기구(ILO) 단시간 근로협약도 사회보장 제외 가능성을 열어둔 점 등도 판단 근거였다.
또 국가가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초단시간 근로자를 퇴직금 지급에서 배제했으므로 평등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했다.
반면 이석태·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퇴직금은) 퇴직자가 안정된 수입원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근로제공 대가인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닌 것"이라며 "초단시간근로자 역시 해당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급부인 임금의 성격을 갖는 퇴직급여의 지급대상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퇴직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퇴직급여제도를 마련한 입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4대보험에서 제외된 초단기 근로자가 퇴직급여제도에서도 배제되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를 만들어지는 점, 사업장에 대한 기여도를 소정근로시간만으로 따질 수 없는 점, 제도의 단계적 개선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도 반대 근거였다.
청구인 A씨와 B씨는 각각 한국마사회 경마직 직원과 대학교 시간강사 일을 하다 지난 2010년 10월과 2013년 6월 마사회와 학교 법인에 퇴직금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두 사람은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항소가 기각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청사. 사진/헌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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