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이 최인혁 네이버 경영리더의 모든 보직 해임을 요구했다. 최인혁 경영리더는 지난 25일 도의적 책임을 지고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직을 내려놨다. 다만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공익재단인 해피빈 등의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공동성명은 고인의 죽음을 "회사가 지시하고 회사가 묵인한 사고"라 규정하며 노조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위원회 구성, 내부 소통을 강화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공동성명은 2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소재 네이버본사에서 '네이버 동료 사망 사건, 노동조합의 진상규명 최종보고서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안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는 노동조합의 진상규명 최종보고서를 유튜브 라이브로 임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개최됐다. 진상규명 최종보고서는 지난 5월31일부터 6월23일까지 총 24일에 걸쳐 고인의 전·현직 동료 6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조합이 전화 심층 면접, 대면 인터뷰를 하며 확보한 증언·메일·메신저·녹취·동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사원노조 공동성명은 28일 분당구 소재 네이버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최인혁 경영리더의 모든 보직 해임을 요구했다. 사진/김진양 기자
지난달 25일 네이버 소속의 조합원인 고인 사망 이후 노동조합은 주요 경영진까지 포함해 전사 메일을 발송해 진상규명을 위한 사측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하는 한편, 이를 위한 자체적인 조사를 지속해왔다. 또한 지난달 31일부터 네이버 본사인 그린팩토리 1층 로비에 추모 공간을 운영하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요청하는 등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단순히 개인의 비극적 선택이 아니라 2년 이상 지속된 과도하고 무리한 업무,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고 비호한 경영진과 인사시스템의 병폐로 인한 것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공동성명은 최종 보고서를 통해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간 원인으로 △야간·휴일·휴가 중에도 업무를 진행해야 할 만큼 과도했던 업무와 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끔 한 상급자의 인력 통제와 불분명한 업무 지시 △해결이 불가능한 무리하고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을 포함한 회사 생활 전반에서 폭력적인 협박과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든 임원의 절대적 인사권 △문제의 임원들에 대해 직원들이 2년 이상 회사 내에 존재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이를 묵살하고 비호한 경영진과 인사시스템의 무책임한 대처 등 세 가지를 지목했다.
고인의 죽음은 고인과 고인의 동료들을 향한 임원들의 강압적 언행은 물론, 이를 방조하고 묵살하며 오히려 격려한 경영진의 무책임과 인사시스템의 붕괴라는 총체적 문제가 빚어낸 가슴 아픈 비극이라는 설명이다.
오세윤 공동성명 지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회사에 깊게 박힌, 그간 숨죽여 감춰뒀던 어두운 심연을 마주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제를 문제로 직시하고 숨겨온 상처를 밝혀내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조와 회사가 함께 철저한 대비책을 만들 때 회사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며 사측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 측은 우선 최인혁 경영리더를 비롯한 모든 가담자들의 해임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25일 네이버가 공개한 자체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고인에게 직접 폭언 등을 행사한 임원A만 해임 조치됐을 뿐 그 외 3명은 감봉 3개월과 경고 수준의 징계만 내려졌다. 노조 측이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임원A라고 알려진 최인혁 전 COO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서의 지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감봉 조치된 임원B 역시 평가·업무지시·인센티브·스톡옵션 등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공동성명은 "사측의 조사 및 징계 발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며 "비극의 원인은 정학히 밝히지 않은 채 문제를 봉합하는 데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해임'이라며 최인혁 경영리더의 모든 보직 해임과 임원B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공동성명 측은 향후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위원회를 노사가 함께 꾸릴 것을 제안했다. 공동성명은 "(회사측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내세우며 사외 이사로 구성된 리스크위원회에 조사를 맡겼지만 결과는 구성원들에게 상처와 실망만 줬다"며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인식만 심어줬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번 일의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의 권력이 견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경영진의 막강한 권력을 내부의 직원들이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동성명은 "당사자간 풀 수 있는 문제를 외부로만 돌리지 말아달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회사를 위해서는 경영진이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결정하는 일방향식 소통이 아니라 직원들의 의견과 경영진의 의견이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양방향식 소통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직원뿐 아니라 IT업계 종사자들 등에게도 함께 행동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공동성명은 "비극적인 일이 있었음에도 바뀌지 않는다면 IT 업계는 계속 이렇게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며 "네이버에서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그 변화는 업계 내 다른 회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연대를 요청했다. 아울러 오는 29일부터 회사측의 변화를 촉구하는 출근길 피켓팅 개시 방침을 밝혔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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