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업무 이상의 관심 또는 감정을 가진 상관이 직속 부하인 여성이 원하지 않는데도 자연스러운 행동을 빙자해 신체 접촉을 했다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하사를 추행한 혐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으로 기소된 장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노상에서 갑자기 추억을 쌓기 위해 업어주겠다며 양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리거나 산림욕장에서 갑자기 안아 들어올리는 등 업무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스크린야구장에서 스윙을 알려주겠다며 피해자 뒤에서 손을 잡고 안거나 키를 재보자며 서로 엉덩이를 맞닿고 피해자의 머리를 쓰다듬은 혐의도 있다.
1,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행위가 모두 객관적으로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이고 신체 접촉행위에 대한 별도의 폭력성이 인정되지 않는 점, 피해자의 진술 중 범행 전후 상황 대부분이 객관적 상황과 일치하지 않고 다소 과장된 점 등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인정하고 있는 행위만으로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추행에 해당하고, 추행행위의 모습이나 경과, 당시의 정황 등에 비춰 피고인의 추행의 고의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공소사실 관련 행위 외에도 그 기간에 부하인 피해자에게 수면실에서 함께 낮잠을 자자고 하거나 단둘이 식사할 것을 요구하는 등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업무관계 이상의 관심 또는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면서 "이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졌다고 충분히 추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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