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특히 벼랑에 내몰린 취약계층은 ‘한방’을 노리며 주식, 코인 등의 광풍에 뛰어들었다. 사기꾼들은 그 심리를 놓치지 않았다.
15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1심 형사재판에 넘겨진 사기·공갈죄는 4만98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만3931건) 보다 13.4% 늘어난 규모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형사공판 1심 사기·공갈죄 접수는 2016년 이후 소폭 줄어든 모습을 보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다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6년 4만3973건 △2017년 4만1025건 △2018년 4만335건에서 △2019년 4만3931건으로 증가했고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4만9826으로 증가했다.
반면 살인죄와 성폭력범죄 접수 건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1심 형사공판 살인죄와 성폭력범죄도 각각 601건, 4979건으로 전년(605건, 5166건)보다 0.7%, 3.6% 감소했다.
최근 5년간 1심 형사공판 살인죄는 △2016년 727건에서 △2017년 631건 △2018년 645건 △2019년 605건 △2020년 601건 접수됐으며 성폭력범죄(1심) 접수 건수는 △2016년 5228건 △2017년 5197건 △2018년 5132건 △2019년 5166건 △2020년 4979건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1심 형사재판에 넘겨진 사기·공갈, 살인, 성폭력 사건 접수 추이(단위 : 건). 출처/법원행정처 사법연감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되면서 사기죄가 늘어난 모습”이라며 “최근에는 코인 관련 사기 사건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과 성폭력 감소 요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코로나19에 따른 술자리가 많이 줄어든 영향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친족 간 성폭력이나 친족살인 등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도 “사기죄가 급증하고 살인·성폭력이 감소하는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코로나19 영향이 컸다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살인과 성폭력 감소 원인이 코로나19에 의한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성폭력 사건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에 따른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살인죄의 경우 CCTV와 포렌식 기술이 발달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형사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사기범죄의 최근 두드러진 경향은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화 △적발의 어려움 △조직 및 기업범죄화 △범행수법의 지능화 및 융복합화 △사회적 취약계층 타깃 △민사불법 및 형사불법 혼합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다. 앞으로도 사기범죄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사기의 경우 다른 범죄와 달리 아무리 법이 꼼꼼해지고 기술이 발달해도 규제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노동에 의한 재산형성이 어려워지면서 ‘한방’을 노리는 심리가 커졌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기꾼의 타깃이 주로 취약계층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소된 사기 건에는 그 범위가 넓고 다양한 만큼 채무불이행 등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기에 의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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