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항공, 여행 관련주에 탄력이 붙었다. 특히 산업은행의 증자 참여 이후 차갑게 식었던
한진칼(180640) 주가가 살아나면서 지옥까지 추락했던 신주인수권의 시세가 급등,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주 증시에서 한진칼 주가는 1.7% 하락한 7만9000원에 마감, 이달 내내 이어진 상승세를 조정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진칼의 주가는 지난해 행동주의펀드 KCGI 등 이른바 3자연합이 일으킨 경영권 분쟁이 산업은행의 조원태 회장 지원으로 막을 내리면서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하 발생했던 거품이 꺼진 탓에 지난 5월4일엔 4만9900원을 기록, 5만원 밑으로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5월 들어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와 함께 여행 항공업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주가도 반등하기 시작해 이제 8만원을 넘보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비중을 줄이기로 한 국민연금이 한진칼 주식을 순매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4월1일부터 6월11일까지 개인이 한진칼 주식 170만주가량을 순매도하자 이를 대부분 기관이 받아갔다. 특히 기관이 순매수한 162만주 중 112만주를 연기금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은 지난 4월6일부터 단 하루도 안 빠지고 한진칼을 순매수 중이다.
한진칼 주가가 반등하자 동시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분리된 신주인수권 가격도 급등세를 탔다. 한진칼은 지난해 7월 자금난에 빠진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여기에서 분리된 신주인수권 한진칼3WR이 증시에 상장돼 거래 중이다.
경영권 분쟁 당시 한진칼3WR은 몸값을 높이며 한때 이론가를 크게 넘어서 2만38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주가 하락과 함께 추락했다. 그리고 지난 4월6일 4880원까지 하락했던 한진칼3WR 시세는 역시 한진칼 주가 회복과 함께 1만9700원까지 뛰어올랐다.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시세 변동률은 보통주보다 신주인수권이 월등하게 크다. 이에 상승률에서도 한진칼3WR(303.6%)이 보통주(58.3%)를 압도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같은 결과는 주가 하락 덕분에 벌어진 일이다. 한진칼3WR에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신주인수권 행사가액도 함께 인하조정되는 리픽싱(Refixing) 조항이 붙어있다. 최초 발행가격의 70%가 하한선이다. 이로 인해 한진칼 주가 하락과 함께 BW 발행 당시 주당 8만2500원이었던 행사가액도 조금씩 떨어졌고 결국 지난 5월3일 조정 하한선인 5만7200원을 찍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한진칼3WR 보유자가 주당 5만7200원만 더 내면 한진칼 신주를 받을 수 있는데 한진칼 주가가 오르니 신주인수권 가격도 함께 뛸 수밖에 없는 것이다.
11일 종가 기준으로 한진칼3WR 가격 1만9700원에 행사가액 5만7200원을 더하면 7만6900원으로 한진칼 주가 7만9000원보다 낮다. 즉 신주인수권을 행사했을 때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이 인하되는 과정에서 최초 100%였던 행사비율도 144.2307%로 인상돼 신주인수권 1주를 행사하면 보통주 1.44주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가격대라면 행사비율이 높아져도 의미가 없지만 신주인수권 시세와 행사가액 합산액이 보통주 주가보다 낮아 차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선 주식을 더 많이 받을수록 이익을 키울 수 있다.
한진칼 BW에서 분리된 한진칼3WR를 발행 당시부터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아직 손실구간이지만, 시세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매수했거나 추가매수해 평균 매수가를 낮춘 투자자들은 이미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말까지 한진칼3WR이 행사돼 신주로 바뀐 수량은 3만여주에 불과하다. 여기에 행사비율까지 높아졌기 때문에 신주로 바뀔 경우 발행 가능 주식 수도 520만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경영권 분쟁을 다시 촉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진칼3WR이 상장했을 당시 3자연합 측에서 주당 2만50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5월17일 현재 보유 중인 수량은 그레이스홀딩스 소유의 80만주에 그친다.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 115만주로 불어나겠지만 조 회장과 산업은행 보유주식에 우군세력으로 알려진 델타항공의 지분을 더하면 43%를 넘는다. 과반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경영권 도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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