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문제는 하림USA가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이라는 점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붙기’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지분 투자를 단행한 직후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지분 투자액 308억원 중 50억원 가량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18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은 올해 1분기 308억원 가량을 투입해 하림USA 지분 22%를 취득하면서 관계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하림USA가 지분 투자를 단행할 만큼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하림USA는 지난해 13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 24억4200만원을 기록해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더욱이 하림USA 실적 부진은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말 개별재무제표 기준 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하림USA 실적 부진으로 448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면서 당기순손실 3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에도 148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한 바 있다. 특히 하림지주는 지난해 하림USA가 대출 받은 212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다. 하림USA 상황을 볼 때 고스란히 하림지주가 떠안아야 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올해 1분기 팬오션이 하림USA에 지분 투자한 금액 중 일부는 이미 손상차손 처리된 상태다. 팬오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 이사회는 지난 1월 12일 2차 이사회를 열고 ‘타 법인 지분 취득 승인의 건’을 가결시켰다. 이후에 타 법인 지분 취득 관련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팬오션의 하림USA 지분 취득은 1월 12일 이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3월 31일 기준 분기보고서에 이미 지분 취득액 308억원 중 49억7900만원이 지분법손실로 처리된 상태라는 것이다. 지분 취득 후 불과 2개월여 만에 5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이는 하림USA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특히 하림USA 실적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경우 지분법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팬오션은 현재까지 이런 내용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시장 친화적 기업들은 보고기간 이외에 벌어진 사건이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을 ‘그 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라는 곳에 기록한다. 그러나 대부분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거나, 공기 의무가 없는 내용들은 잘 보고하는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림지주가 팬오션 지분 54% 이상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장회사이고 개인 투자자도 있다”라며 “308억원이면 지난해 말 기준 팬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238억원의 13.8%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금액을 부실 기업 투자에 사용한다는 것을 개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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