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쿠팡이 중고 명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습니다. 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일명 '에루샤')을 비롯해 까르띠에, 디올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가 판매 목록에 포함되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급성장 중인 중고 명품 시장에서 '정품 보증'과 '편의성'을 내세운 쿠팡의 전략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 초부터 럭셔리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를 통해 중고(Pre-owned) 명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지난해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인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 뒤, 자사 명품 전문 서비스 '알럭스'와 연계해 명품을 로켓직구 형태로 제공해왔습니다. 이번 중고 명품 판매 역시 파페치가 해외에서 운영하던 중고 판매 모델을 국내 시장에 도입한 사례죠.
현재는 별도 카테고리 없이 'Pre-Owned(중고)' 키워드를 통해 상품을 검색할 수 있으며, 배송은 4~7일 이내에 이뤄집니다. 모든 상품은 파페치의 검수를 거친 정품이며, 쿠팡 와우 멤버십 고객은 30일 이내 무료 반품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가격에는 관세와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 시 혼란을 겪지 않도록 했다는 점도 특징인데요.
쿠팡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바로 정품 보증 시스템과 배송·반품의 편리함입니다. 다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기존 플랫폼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주요 중고 명품 플랫폼인 필웨이·구구스 등과 비교할 경우, 쿠팡의 중고 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죠. 즉 쿠팡은 가격 할인보다는 '믿고 살 수 있는 상품'과 '편리한 쇼핑 경험'에 방점을 찍은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 반응은 긍정과 회의, 양쪽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예전에 구구스에서 중고 가방을 구매했는데, 늘 진품 여부가 마음에 걸렸다"며 "쿠팡처럼 정품 보증을 내세우는 플랫폼이 생기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경기 성남시에 사는 소비자 이모(29)씨는 "기존 타 플랫폼에서도 가품이 횡행했는데, 쉽게 믿을 순 없다"며 "또 아무리 정품 검수가 있다 해도 가격 차이가 너무 크면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신뢰와 가격 사이에서 소비자 인식이 엇갈리는 가운데, 쿠팡이 어느 쪽에 전략의 무게를 둘지가 시장의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쿠팡의 진출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중고 거래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23년 26조원에서 2024년 30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올해엔 4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중 중고 명품(패션·시계·주얼리 등) 시장은 약 5조원대로 추산되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브랜드 가치에 친환경적 소비 트렌드가 더해져, 중고 명품이 단순한 저렴한 대체재가 아닌 의미 있는 소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 플랫폼의 한계…쿠팡의 진입 여지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기존 플랫폼들도 중고 명품 사업에 진출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우려에 쿠팡은 파페치의 글로벌 인증망, 자체 물류 시스템(로켓배송), 와우 멤버십을 활용한 고객 락인 효과 등을 앞세워 이들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편 명품 브랜드 본사들은 온라인 중고 거래의 확대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됩니다. 가격 통제와 희소성 유지에 대한 브랜드 측 우려가 크기 때문인데요. 특히 까르띠에와 샤넬과 같은 일부 브랜드는 병행 수입이나 리셀 시장을 강하게 통제하고 있어, 향후 쿠팡과의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와의 협력 문제, 가격 저항, 반품·환불 부담 등의 요소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면, 기존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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