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어릴 적 교과서에 실린 동요 <따오기>를 들으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작품으로 실린 아동문학가 한정동의 동시에 작곡가 윤극영이 곡을 붙인 노래입니다.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담겨 있어 일제강점기 때는 금지곡이기도 했지만, 해방된 뒤 교과서에 수록되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습니다.
따오기(Nipponia nippon)는 한때 충청도를 중심으로 전국 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전쟁 뒤 서서히 자취를 감추더니,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1974년 국제두루미재단(International Crane Foundation) 설립자인 조지 아치볼드(George Archibald) 박사가 겨울철 파주 판문점 인근 대성동의 작은 습지에서 네 마리를 관찰했고, 1978년 다시 한 마리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이 한반도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마지막 따오기입니다. 저 또한 새를 좋아하고 탐조를 시작하면서 따오기의 행방을 찾아 전국을 헤맸지만,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과거의 기억만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1970년 후반부터 따오기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자취를 감추고, 박제 표본으로 남은 멸종한 새로 전락했습니다. 학명에 일본을 뜻하는 'nippon'이 두 번이나 들어가 있을 정도로 일본은 따오기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습니다. 그래서 1981년 자연에 남은 마지막 따오기 다섯 마리를 포획해 증식하려 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고, 2003년 마지막 개체 ‘킨(Kin)’이 죽으면서 일본 토착 따오기는 절멸했습니다. 저 역시 생전에 따오기를 직접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위안이 되었던 건 아치볼드 박사가 촬영한 마지막 따오기 사진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중국의 조류학자 박인주(朴仁珠) 교수가 알려온 것이었는데, 중국 산시성(陝西省) 양현(洋縣)에서 야생 따오기 일곱 마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베이징 동물원 연구원들이 급파, 비밀리에 증식 사업에 들어갔다는 희소식이었어요. 새천년에 접어들며 한반도에서도 멸종위기종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고 김수일 박사와 노영대 자연정보원 원장은 베이징 동물원의 협조를 얻어 중국 양현을 수차례 방문했고, 경남 창녕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선생과 협력해 우포늪을 따오기 복원지로 지정하자는 의견에 힘을 모았습니다. 김수일 박사는 2005년 타계했지만, 이인식 선생은 창녕군과 손잡고 이 일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2008년, 드디어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한 쌍이 우포늪에 도착하면서 역사적인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따오기복원센터는 매년 개체수를 늘리며 자연 방사와 적응 훈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오기 복원에는 민간의 노고뿐 아니라 외교적 협력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은 팬더와 같은 자국의 희귀 동물을 외교 자산으로 활용했는데, 따오기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1999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일본과의 정삼회담에서 따오기를 기증했고, 2008년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이명박 대통령 방중 시 따오기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여름깃으로 변한 따오기가 창녕 따오기복원센터 습지로 날아와 날개를 접고 있다.
같은 해 가을, 약속대로 한 쌍이 우포늪에 입주한 것이지요. 그런데 따오기는 동북아 전역에서 왜 멸종 직전까지 몰렸을까요? 따오기는 저어새과의 새로, 대체로 온순하고, 포식자 등 주변 위험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합니다. 주된 서식지가 논과 습지라는 점도 취약 요인입니다.
농업 증산 과정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이 과다 사용되며 먹이에 잔류 화학물질이 축적되었고, 이는 번식률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논습지에서 서식하는 황새, 뜸부기처럼 따오기가 특히 농경지 환경 악화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따오기와 황새 복원에는 친환경적 영농이 필수 조건으로 꼽힙니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모두 따오기 인공 증식과 자연 증식을 병행하며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 방사 후 야생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비율은 아직 낮습니다. 그들의 뿌리가 모두 산시성 양현 습지의 일곱 마리에서 시작한 병목 집단이라는 점에서 유전적 다양성 부족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동시에 한·중·일의 농업 생태계 환경이 따오기가 안정적으로 살아가기에 여전히 취약하다는 현실도 있습니다. <따오기> 동요 속 “해 돋는 나라”가 특정한 나라의 은유가 아닌, 따오기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생태 환경을 가리키는 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