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점차 강자 위주로 고착화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이 연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모습입니다. 종합 오픈 마켓을 인수하는가 하면, 해외 그룹과의 합작법인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등 활발한 연합 작전 시도가 눈에 띄는데요.
이는 온라인 시장이 쿠팡, 네이버 및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로 점차 3분할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토종 기업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입니다. 이번 연합 체계 구축은 그간 국내 기업들이 약점으로 꼽혔던 규모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티몬 인수예정자 오아시스 선정…G마켓은 알리바바와 협업
16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신선식품 전문 플랫폼인 오아시스는 작년 대규모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를 빚었던 티몬(티켓몬스터)의 인수자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오아시스가 티몬을 최종 인수할 경우 100% 신주인수방식으로 116억원가량의 인수대금을 지급합니다. 아울러 5년간 종업원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울러 오아시스는 추가 운영 자금을 투입해 △미지금 임금 및 퇴직금 공익채권 30억원 △퇴직급여충당부채 35억원도 변제한다는 방침입니다. 때문에 실질 인수대금은 18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해 7월 티몬은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2개월 후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바 있는데요. 티몬이 다음 달 15일까지 오아시스의 합병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고, 이후 법원의 가결이 이뤄지면 티몬의 소유주는 오아시스가 됩니다.
오아시스의 이 같은 결정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 확장과 시장에서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목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티몬이 확보하고 있는 500만명 안팎에 달하는 활성화 회원을 단번에 확보할 수 있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아시스는 국내 새벽배송 업체들 중 보기 드물게 흑자 경영을 유지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약점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오아시스는 지난해에도 매출 5171억원, 영업이익 223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는데요.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통해 기존의 강점인 신선식품은 물론 비식품 분야까지 사업 카테고리를 넓혀 외형 경쟁력을 키우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티몬과 함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위메프도 인수 후보자를 찾는 실정인데요.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인 제너시스BBQ는 위메프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습니다. BBQ는 향후 최종 인수가 확정되면 플랫폼 활용 방안과 가격 조건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BBQ의 이 같은 결정은 플랫폼 운영을 통한 사업 다각화 차원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그룹의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50대 50의 합작법인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설립을 발표하고,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청했습니다.
합작법인에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입니다. 다만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인데요.
신세계그룹 측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효율을 개선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 역시 G마켓이 알리바바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를 통한 역직구 콘텐츠를 강화하고, 알리바바는 G마켓의 물류센터 인프라를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의 연합 전선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부분 1세대 업체들인데 쿠팡이나 C커머스를 상대하기엔 일단 규모에서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종 기업들 입장에서는 일단 외연을 확장해 대항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1세대 온라인 플랫폼의 주력 수요층이 40·50세대에 편중돼 있는데, 연합 전략을 통해 젊은 연령층까지 확대 흡수하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상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소수 강자들 위주로 재편되며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인 만큼, 남은 업체들이 현실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는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무엇보다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한 전문 플랫폼들의 영역 확대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고 관측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 너머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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