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협상전략' 귀환…북·중·러 흔든 트럼프
중국에 10% 관세 부과…러시아엔 추가 제재 '압박'
2025-01-22 17:56:09 2025-01-22 20:53:3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집권 2일 차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관세 부과'와 '추가 제재'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섰습니다. 특히 취임 첫날 중국에 '관세 유예' 시그널을 보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압박 카드'를 들고나왔습니다. 중·러와의 경제·안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식 협상 전략'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북한에 대해선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북·미 관광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며 우호적 신호를 보냈지만, 언제든지 벼랑 끝 전술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트럼프 스톰'이 북·중·러 3국을 뒤흔드는 모양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좀비 마약)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 "아마도 2월1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EU 상대' 세금전쟁 나선 트럼프
 
대선 공약으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를 제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후인 지난해 11월 말 마약과 국경 대응을 문제 삼으며 중국에는 '추가 10% 관세', 멕시코·캐나다에는 '25%씩' 관세 부과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2월1일에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따로 거론하지 않았는데요. 대중국 관세와 관련 단계적 접근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을 악용하지만,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EU는 아주 아주 나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들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며 "그것이 공정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세금을 매기는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 미국 내 세율을 두 배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한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각서에서 "미국법전(USC) 제26권 제891조에 따라 외국이 미국 시민이나 기업에 차별적 또는 역외적 세금을 부과하는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제891조는 대통령이 자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외국의 '차별'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면 그 국가의 기업이나 시민에 대해서는 세율을 두 배로 높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절친' 푸틴 향해 우크라 종전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절친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서도 우크라이나와의 종전을 위한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고 압박에 나섰는데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푸틴 대통령에게 "그가 합의를 하지 않음으로써 러시아를 파괴하고 있다고 본다"며 "국가는 그렇게 운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친푸틴' 성향으로 논란을 빚어온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이례적 행보란 평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튿날 이와 같은 발언을 한 데에는 자신의 취임일에 맞춰 화상회담을 진행하며 밀착 행보를 보인 중·러 정상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북한을 향해선 핵보유국으로 지칭하며 북한의 구미를 당기는 메시지를 내놓았는데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그가 엄청난 콘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많은 해안을 갖고 있다"며 양국의 관광 협력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우선 대화를 시작하자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역대 미국 정부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 보유를 일부 용인하고 군축 협상을 하는 이른바 '스몰딜'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재 완화 등을 제시할 수 있는데, '북한의 엄청난 콘도 역량'을 언급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언제든 압박을 가할 가능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러 3국을 향해 소위 미치광이식 협상 전략을 꾀하고 있는 것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상상을 초월하는 말 폭탄을 던져 상대방에게 겁을 주고 뒤로는 협상해 실리를 챙기고 나면, 없던 일처럼 정상으로 돌아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김 위원장을 향해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긴장을 고조시킨 뒤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치광이 전략, 경제·안보 '전방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미치광이식 전략은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까지 전방위로 펼쳐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미국 국익 우선주의' 기조 하에 글로벌 경제와 안보 부분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종국 목표'로 분석됩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상 1개를 얻기 위해 10개를 때리는 식이다 보니 임기 내내 좌충우돌할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공헌해 왔기 때문에 실행에 옮길 텐데 사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전쟁을 계속하기엔 부담이 크다"며 "러시아는 마지못해 협상에 응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미·중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트럼프 임기' 1년 이내에 미·중 간에 타협하지 않을까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상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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