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활용키로 결정하면서 대한항공과의 매입 협상을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7일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포함한 북촌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 변경(안)은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7141.6㎡의 옛 미대사관직원숙소의 특별계획구역을 폐지하고 공원으로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관련법령에 따른 절차를 이행해야 부지매입 예산확보가 가능한 만큼, 코로나19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 등 관련절차를 신속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적효력이 발생하는 결정고시는 현재 진행 중인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유보할 계획이다.
이날 도건위 결정에 따라 송현동 부지 매각을 둘러싼 서울시와 대한항공과의 협의는 한층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지난 6월 대한항공에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함에 따라 권익위 중재 아래 그동안 3차례의 출석회의와 실무자 회의, 기관장 면담 등을 통해 부지매각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협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 초까지 매각금액을 회수해야 하는 대한항공의 상황을 고려해 제3기관이 송현동 부지를 선매입하고 향후 시유지와 교환하는 방식도 세부적으로 검토·협의 중이다. 서울시는 110년 잃어버린 세월을 간직한 서울 도심 한복판의 마지막 남은 미개발 대규모 부지인 송현동 부지의 역사문화적 가치와 입지적 중요성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지난 8월 밝힌 바 있다.
송현동 부지 활용방안은 온라인 시민의견조사, 사회 주요인사 100인 설문조사, 주요 인사 면담 등을 거친 결과 대부분 송현동의 역사·문화적 가치 등을 고려해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장소성 회복을 위한 공공적 활용이 가능한 공원으로 결정하고, 이후 시민·전문가 공론화 등을 통해 공원의 세부적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송현동 부지는 조선시대엔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았던 곳이나, 일제수탈 등 88년간 외세에 소유권을 빼앗겼고, 1997년 이후에는 민간기업으로 소유권이 넘어왔으나, 장기간 방치되면서 110년간 시민들은 내부를 들여다볼 수조차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식산은행 사택으로, 광복 후엔 미군 숙소, 주한미국대사관 사택으로 이용되다가 1997년에 삼성생명이 1400억원에 매입하고, 2008년에는 다시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매입했다.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송현동 공원화사업은 역사·문화적 차원에서도 국가적 중요사업이자,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중앙정부와 관계기관의 협력과 협조가 절실하다”라며 “이를 위해 그간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준 권익위와 국토부, 금융당국 등 관계기관의 협조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대한항공과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권익위 중재로 대한항공과 매입 협의 중인 송현동 부지.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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