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임대차보호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본격 시행된지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내 전세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으로 서민 주거 안정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지만 일각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전세물량이 줄면서 서민 주거부담을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17.5로 지난해 10월28일 기준점(100)을 넘어선 이후 46주째 수급불균형 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0~200)로 100을 넘어서면 전세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가을 이사철에 최악의 전세난까지 우려하는 실정이다. 전세대란을 빚었던 2015년 10월 전세수급지수는 125.2(10월19일)를 기록한 바 있는데 이번 지수 자체가 이미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에선 자연스레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 중이다. 올 들어 가장 높은 누적 전세값 변동률을 기록한 강남(4.29)은 주요 대단지 아파트 내 전세매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4424세대 중 인터넷에 등록된 전세매물은 5건에 불과했다. 임대차 2법 시행과 더불어 '6·17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에 대한 '2년 이상 실거주' 요건까지 생기면서 직접 들어가 살려고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탓이다. 권대중 명지대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전세매물은 더욱 귀해질 것"이라며 "사실상 전세종말 시대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강북도 비슷한 상황이다. 강북(2.56) 석계역 인근 두산 아파트는 1998세대 중 등록된 전세매물은 1건뿐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는 "전세 대기 수요가 워낙에 많다 보니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라진다"고 전했다.
거래 건수도 급감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8월 한달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전세, 준전세, 준월세, 월세) 거래는 8567건. 이는 전달 대비(1만3779건) 37.8%, 전년동기(1만4887건) 42.4%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가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임대차 거래가 월 1만건 아래로 떨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빨라지는 추세다. 해당 기간 준전세 비중은 13.2%(1137건)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10.2%)에 비해서는 3% 증가했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를 초과하는 형태로 이른바 '반전세'로 불린다. 반면 순수 전세 비중은 6월 74.9%에서 7월 72.8%, 8월 72.3%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셋값이 오르자 일부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올려 받는 대신 이를 월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전월세 거주를 4년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지난 7월31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밀집 지역 매물을 알리는 정보란이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