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7년간 법정분쟁이 이어진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에 대해 대법원이 무효로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후 2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해 무효 선고를 내리고 있다. 사진/대법원
이번 사건은 노동조합법(노조법) 시행령 9조를 근거로 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적법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시행령 9조는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 12조 3항 1호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해 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노조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어 문제가 됐다.
"근거 없는 시행령으로 노동3권 제한"
재판부는 "노조법 시행령 9조는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이고,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에 근거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 역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또 "이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해,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노조법 시행령 9 조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에 근거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것이나, 이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위반돼 그 자체로 무효인 만큼 이 조항에 기초한 피고의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해 위법하다"면서 "그런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재형·안철상 대법관, 별개의견
이같은 다수 의견에 대해서는 대법관 2명이 별개 의견을 냈다. 김재형 대법관은 "원고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원고를 '법외노조'로 보는 것이 잘못"이라며 "원고가 법외노조임을 전제로 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안철상 대법관은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위법성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의 위법사항에 비하여 과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원심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과 동일했다.
이기택·이동원 대법관, 반대의견
반면, 정부의 처분이 옳다고 본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이 사건 법령의 규정은 매우 일의적이고 명확하기 때문에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면서 "즉 법률 규정에 의하면 원고는 법외노조이고, 시행령 조항에 의하면 피고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한다"며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원 13명 가운데 12명이 참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대법관 임명 전 전교조 측 소송대리를 맡았기 때문에 이번 선고에 관여하지 않았다. 참여 대법관 12명 중 8명이 다수 의견으로 법외노조 처분 무효에 찬성했다.
2013년 10월 소송 시작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3년 9월 해직교원의 조합원자격을 허용하는 정관조항과 해직교원 9명이 실제로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전교조 구성에 대해 정관개정과 해직교원 탈퇴처리 등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전교조가 불복하자 그해 10월24일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법외노조' 통보 처분했다. 전교조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은 정부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2014년 6월19일 선고에서 "교원이 아닌자를 노조원이 되면 노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훼손돼 학교 교육은 파행을 겪을 것이고, 이로써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며 정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황병하)도 2016년 1월26일 "이 사건 통보의 근거 규정인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수권 없이 규정했거나 새로운 법률사항에 해당하는 것을 규정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전교조가 상고했다.
대법원 "노조 규율문제, 사회적 공론화"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되어 왔던 노조법 시행령상 '법외노조 통보' 조항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음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임을 명확히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제시한 법리에 기초해 해고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 문제, 결격사유가 있는 노동조합에 대한 규율 문제 등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적·정책적 해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