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시중은행들이 금융투자상품 리콜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리콜제는 상품 위험성과 손실 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 시 투자 원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면서 의도와 달리 금융사 면피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하반기 중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투자상품 리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올 들어 하나은행(1월)과 우리은행(6월)에 이어 신한은행까지 리콜제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투자상품에 한해 투자상품 리콜제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리콜제 도입에 나서는 것은 지난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불완전판매 문제로 곤욕을 치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내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전에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투자상품리콜제의 은행권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투자상품 리콜제가 불완전판매를 완전히 단절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의 사모펀드 환급 중단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에서는 불완전판매가 적발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여부를 입증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소비자가 금융사의 판매 책임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시행 중인 리콜제도를 보면 신청기한도 짧다. 불완전판매 등이 의심되는 고객은 투자 설정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 신청해야 한다. 10여년 전부터 이미 리콜제를 시행하고 있는 증권사를 보면 투자자가 리콜제를 활용해 불완전판매를 주장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위법계약해지권이 발효된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사가 판매원칙을 위반한 경우 소비자가 해당 계약에 대한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금융상품 판매사의 책임이 보다 강조된다.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투자상품리콜제는 불완전판매에 국한되고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사문화한 투자상품리콜제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DLF사태 이후 부정여론에 대응하기 위한 면피용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소비자들에 대한 실질적 피해구제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당국과 금융사들이 대책을 내놔야 하다"며 "금소법을 포함해 현재 대책들은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실효적 규정들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투자상품 리콜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피해 보상과 같은 실효성 없이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자율조정 관련 금감원 면담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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