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향후 계약금 등 200억원을 찾아오기 위한 소송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은 매각 무산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며 앞서 작성한 주식매매계약(SPA)을 근거로 삼고 있어 이 계약서의 내용이 소송의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사실상 포기한 상황으로 통보 시점 결정만을 남겨뒀다. 이스타항공은 정부 중재를 촉구하는 등 딜 성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매각이 무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이 무산되면 제주항공은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항공은 SPA를 체결하며 계약금으로 115억원을 이스타홀딩스에 지불했고 대여금도 100억원가량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실제 선지급금을 돌려받기 위해 법무법인을 통한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현재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계약금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며 향후 두 회사가 계약금 반환을 두고 소송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선지급금 반환 소송에서의 쟁점은 인수 무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다. 제주항공은 앞서 이스타항공이 SPA상 선행조건인 미지급금(빚) 1700억원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인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이스타항공에 귀책 사유가 있어 불가피하게 딜을 포기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
반면 이스타항공은 SPA상 미지급금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선행조건은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제주항공이 계약을 완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같은 계약서를 두고 양쪽이 다른 말을 하는 상황인 셈이다.
SPA 체결 이후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이 늘어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관건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전 노선 운항 중단을 요구하면서 수익이 0원이 됐고 이에 따라 빚도 급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셧다운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운항 중단은 양사 간 협의에 따라 이뤄진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현재 전 항공사가 여객 노선을 크게 줄였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이 전 노선 운항 중단을 하지 않았더라도 부채 증가는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제주항공이 인수를 철회하게 된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는지도 쟁점이다. 불가피한 사유가 없었다면 인수 포기에 대한 책임이 커져 계약금을 돌려받는 게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관련 법에 따르면 '중대한 부정적 영향(MAE)' 조항이 있다"며 "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급격히 어려워졌기 때문에 코로나19를 MAE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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