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화재 참사도 인재…안전조치 무시가 원인"
경찰,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사고 관련자 24명 입건
2020-06-15 13:59:07 2020-06-15 14:06:3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화재 사고도 역시 인재로 결론났다. 해마다 수많은 희생자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가고 있지만,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음이 또 한번 사실로 확인됐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수사본부(본부장 반기수 경무관)는 화재 발생의 원인과 인명 피해에 책임이 있는 공사관계자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입건된 공사 관계자는 발주자 5명, 시공사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이다. 이가운데 9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입건자 중 발주자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 등 책임이 중한 9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수사본부는 공사 관계자들의 공기 단축, 안전을 도외시한 피난대피로와 방화문 폐쇄, 불법 재하도급, 임의시공, 화재와 폭발 위험 작업의 동시 시공, 임시 소방시설 미설치, 안전관리자 미배치, 화재 예방과 피난 교육 미실시 등 다수의 안전 수칙이 준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앞서 지난 4월29일 오후 1시31분쯤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의 저온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곳에서 작업하고 있던 노동자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중상 4명, 경상 8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즉시 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과학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법률지원팀 등으로 구성된 총 119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구성해 공사 관련 11개 업체 22개소를 압수수색하고, 국과수 등 관계기관과 4차례의 합동 감식, 외부 전문가 자문, 공사 관계자 97명에 대한 조사 등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했다.
 
국과수 감정과 화재 감식 결과, 외부 전문가 의견, 목격자와 생존자 진술, 저온창고 지하 2층 상황 등 수사 사항에 따르면 화재 당일 오전 8시쯤부터 시작된 A씨의 산소용접 작업 중 불꽃이 천장의 마감재(펄라이트) 속에 도포된 우레탄 폼에 착화됐고, 초기에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축열 상태인 무염연소 형태로 천장과 벽체의 우레탄 폼을 타고 점차 확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산소의 공급이 원활한 각 구역의 전실 출입문 부근에서 유염연소로 출화된 후 저온창고 대부분의 천장과 벽체에 도포된 우레탄 폼을 타고 가면서 화염이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일시에 많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작업한 것이 이번 사고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 당일은 평상시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돼 지하 2층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많은 종류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특히 지상 2층의 조리실 내부에 투입돼 주방 덕트와 소방배관 작업을 하던 12명은 모두 사망했다. 엘리베이터 작업은 지난달 초순 시작해 이달 15일쯤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변경된 작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사고 발생 전날인 4월28일부터 3명을 공사에 투입해 전원 사망했다.
 
안전관리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도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우레탄 폼 발포 작업과 용접 작업 등 같은 장소에서의 화재와 폭발의 위험이 있는 작업의 동시 작업을 금지하거나 일정을 조정하지도 않았고, 비상 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등 임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채 화재 발생 위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상 경보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지하 2층 이외 층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은 화재를 조기에 인지하지 못했다. 
 
인허가 관청에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서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기계실로 통하는 방화문을 거쳐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계획돼 있는데도 결로를 방지하기 위해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해 대피로가 차단되는 등 안전을 지키지 않은 설계변경과 시공도 피해의 원인이었다. 이에 지하 2층의 노동자 4명은 폐쇄된 방화문 지점을 뚫고 대피를 시도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됐던 공기 단축과 관련한 중요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공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와 여죄 등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며 "또한 재하도급, 건축자재 관련 부정 거래, 형식적인 감리제도 등 기존의 잘못된 공사 관행에 대한 법·제도 개선 대책 마련 등을 위한 수사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수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 사건 수사본부장이 15일 오전 경기 이천경찰서에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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