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진료기록의 차이로 보험금을 더 받은 것은 사기로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취소돼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독서실에서 공용으로 여기고 휴대폰 충전기를 사용한 행위를 절도로 본 검찰의 처분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A씨 등 8명이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부산지검 서부지청 검사가 이들에게 내린 사기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하란 결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A씨 등은 지난 2016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부산에 있는 안과 병원에서 실제로는 통원치료 시에 초음파 검사 등을 했는데도 입원치료 시에 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한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해 총 16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범죄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의자의 연령이나 성향,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재판부는 A씨 등에게 사기의 고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청구인들은 진료기록의 초음파 검사 등의 일자를 입원치료 시로 기재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그와 같은 기재를 이용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려 했다고 진술한 적이 없고, 이 사건에 문제 된 초음파 검사 등에 관한 진료기록 기재를 허위로 여겼다고 진술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구인들이 진료기록 기재 과정에서 관여한 정황이 나타나지 않고, 의사가 아닌 청구인들로서는 이와 같은 방식의 진료기록 기재가 허위로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청구인들은 보험금 청구 일시를 기준으로 최소 약 3년 전부터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보험료를 냈고, 그 과정에서 달리 부정한 수단으로 보험금을 받아내려 했던 정황이 나타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B씨가 낸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이 국방부 보통검찰부 군 검사가 내린 절도 혐의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B씨는 지난 2018년 2월 서울 용산구에 있는 독서실에서 C씨의 휴대폰 충전기를 절도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수사 과정에서 "독서실 공용 충전기라고 생각하고 충전했고, 모친이 기차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 나가는 과정에서 반납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B씨의 행위를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충전기를 사용하던 날은 해당 독서실을 두 번째 이용하던 날이었고, 독서실이 익숙하지 않아 휴대폰 충전기가 꽂힌 책상이 특정 이용자에게 할당된 지정좌석이 아니라 비어있으면 누구든지 앉아도 되는 자유좌석으로 착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한 좌석에 꽂혀 있는 충전기라면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용으로 제공돼 임의로 가져다 사용해도 되는 것으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청구인은 충전기를 일시 사용하다가 원래 자리에 돌려놓지 않고 자신이 이용하던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갔으나, 모친이 기차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마중 나가기 위해 급히 퇴실하느라 원래 자리에 옮겨놓지 않았던 사정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이어 "청구인이 충전기를 놓고 나간 곳은 지정석이 아닌 자유석 책상 서랍이었으므로 매일 독서실 운영이 종료되면 관리자에 의해 수거될 수 있는 상태였다"며 "이 충전기는 청구인의 배타적인 점유상태 아래 이전된 것이 아니라 관리자의 지배가능한 장소적 범위에 머물러 있었고, 실제로 피해자가 관리자를 통해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간의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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