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글로벌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물들이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규제 공백 속에 놓여있지만 아시아 시장 선점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한국 법인을 세우며 국내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바이낸스(Binance LTD) 상호로 법인 등록을 마쳤다. 온라인 고객센터 상담사, 세무·회계 담당 직원 등의 채용은 마감됐으며, 마케팅 전문가 직군 등에 대해 채용을 진행 중이다. 특히 암호화폐업의 관련 규제 이슈에 대응하게 될 준법 감시인(컴플라이언스 오피서), 자금세탁 모니터링 직원 채용 절차도 마감됐다. 바이낸스는 지난 1월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인 BXB에 투자했고, 최근 원화(KRW) 거래 지원 소식도 알렸다. 바이낸스 거래소를 이용하는 한국 사용자는 비자, 마스터카드로 암호화폐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가총액 기준 3위 암호화폐 리플은 최근 국내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인 센트비(Sentbe), 한패스(Hanpass), 와이어바알리(WireBarley)와 잇따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주목받았다. 리플의 국내 결제·송금 네트워크에 포함된 기업은 단숨에 8곳으로 늘었다.
이들 기업은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 맞춰 한국을 필두로 아시아 사업 추진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암호화폐업을 규율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국회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최근 행보는 글로벌 확장 차원으로 봐야한다"며 "국내 규제 이슈와 별개로 한국 유저는 바이낸스의 중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지난해 하반기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의 합의 노드인 거버넌스 카운슬에 합류한 바 있는데,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블록체인 산업 리더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파트너십 구축에 용이하다.
바이낸스는 향후 국내 규제가 마련되면 거래소 사업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을 앞세워 거래소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금법이 통과되면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바이낸스 측은 "핀테크에 능숙한 사용자가 많은 한국은 글로벌 관점에서 중요한 시장"이라면서도 "규제 공백이 해결되지 않으면 바이낸스의 국내 거래소 오픈 등 적극적인 사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리플 또한 한국을 발판삼아 해외송금 시장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송금 시장은 30조원 규모로, 한국에서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송금하는 규모는 전 세계 10위권으로 알려져 있다. 리플 관계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리플이 주목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고객사의 절반이 아시아 지역에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리플의 주요 모멘텀을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펑자오 바이낸스 CEO.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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