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민원 제기한 이웃에 위자료 청구…대법, 원고 패소 확정
"허위 사실 인정할 만한 증거 없다" 원심 판단 유지
2020-01-28 12:00:00 2020-01-28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 빌라 거주자가 자신의 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면서 민원을 제기한 이웃에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모씨 부부가 박모씨 등을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2005년부터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빌라 302호에서 거주한 박모씨는 2018년 5월13일 '서울 120다산콜센터'를 통해 "같은 빌라 201호에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생활악취가 나는데, 원인을 알아봐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서대문구청 환경도시국 환경과 소속 담당 공무원 2명은 다음 날 해당 빌라 201호에 방문했고, 박씨에게 '악취 발생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행정 지도했다'는 내용의 민원 처리 결과를 통보했다.
 
하지만 201호에 사는 정씨 등은 박씨 등의 불법 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박씨 가족 3명에게 각각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 등은 "피고들은 원고 등이 거주하는 빌라 201호에서 악취가 나지 않는데도 심한 악취가 난다는 내용의 허위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담당 공무원이 방문해 원고 등이 조사받게 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심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민원이 허위의 사실에 관한 것이거나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 행위를 구성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고소·고발 등을 하면서 피고소인 등에게 범죄 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 고소인 등은 그 고소·고발로 인해 피고소인 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때 고소·고발 등에 의해 기소된 사람에 대해 무죄의 판결이 확정됐다고 해서 그 무죄란 형사판결 결과만으로 고소인 등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고, 고소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표준으로 해서 기록에 나타난 모든 증거와 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심도 "원고 등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해야 하고,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해 정당하다"며 정씨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 제2조 제1항, 소액사건심판규칙 제1조의2에 정한 소액 사건인데, 상고인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는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각 호에 정한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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