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연장근무 또는 야간근무 등 초과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 지급을 위해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기존의 가산율을 고려한 시간이 아닌 근로시간 수 자체를 반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이 나왔다. 이는 시간급 통상임금이 실제보다 더 적게 산정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로, 대법원은 가산율을 적용해 판단한 종전 판례를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이모씨 등 7명이 버스운송업체 C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 관한 상고심에서 이씨 등의 만근수당, 근로자의 날 외의 유급휴일에 대한 유급휴일수당, 기본급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총근로시간 수에 포함되는 약정 근로시간 수는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시간 수 자체이고, 가산수당 산정을 위한 가산율을 고려한 연장 또는 야간근로시간 수를 합산할 것은 아니다"라며 "연장 또는 야간근로시간 수 산정에 가산율을 고려한 원심 판단은 법리 오해이므로 원고들의 상고이유를 일부 받아들여 파기 환송한다"고 설명했다.
이씨 등은 C사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들로, 이들은 근무일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해 약정한 근로시간 동안 일했고, 약정 근로시간에 대한 대가로 월 기본급 외에도 월급 또는 일급 형태의 각종 고정수당을 받았다. 이들은 근속수당, 승무수당, 연초수당, 운전자 공제회비, 식대, 상여금 등 C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각종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기초로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만근수당, 유급휴일수당 등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C사가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총근로시간 수에 가산율 150%를 고려한 연장근로시간과 가산율 200%를 고려한 연장 또는 야간근로시간을 포함했다. 이에 따라 1심은 총 4065만7480원을, 2심은 4645만3123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대법원은 "월급 또는 일급 형태로 지급받는 고정수당의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해 그 총근로시간 수에 각 가산율을 고려한 연장근로시간과 야간근로시간을 포함한 원심의 조치에는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약정한 경우에는 월급 형태의 고정수당을 월의 약정 근로시간과 주휴근로의제시간을 합산한 총근로시간 수로 나누면 시간급이 산출되지만, 종전 판결에 의하면 월의 약정 근로시간 수 산정 시 연장근로시간과 야간근로시간에 가산율을 반영해야 한다"며 "후자를 전자와 비교해 보면 실제 근로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계산상 시간급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그 이상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이 적어지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이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억제하고, 이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줘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며 "그런데 종전 판결에 의하면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 취지와 전혀 다르게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약정해 시간급 통상임금이 실제의 가치보다 더 적게 산정돼 근로자 보호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시간급 통상임금은 통상임금 총액을 총근로시간 수로 나눠 계산한다. 여기에서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약정이 있으면 그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수당을 어느 정도의 시간으로 나눠야 시간급 통상임금을 합리적으로 산출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1일 10시간(8시간+2시간) 근로에 대한 대가로 10만원의 고정수당이 지급됐는데, 이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 해당 고정수당의 시간급은 10만원을 10시간으로 나눈 1만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기존 판례에 따라 가산율 150%를 적용하면 10만원을 11시간{8시간+3시간(2*1.5)}으로 나눈 약 9090원이 시간급이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법정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약정한 근로자에게 지급된 일급 또는 월급 형태의 고정수당에 관해 그 '시간급'을 산정하는 방식을 명확히 제시한 판결"이라며 "앞으로 같은 쟁점 또는 유사한 사안의 해석 지침으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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