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완화를 앞두고 회복을 예상했던 광물 가격이 연초부터 터진 중동 사태와 작년 말부터 지속된 칠레 시위 등 굵직한 국제 이슈에 요동치고 있다.
특히 구리 값이 급락해 비상이다. 구리는 제조업 전반에 사용되는 원재료로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로도 불리는데, 통상 구리 가격 하락은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팀의 1월 첫 주차 ‘주요 광물가격 동향’을 보면 오는 15일 예정한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앞두고 오를 줄 알았던 비철금속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 구리는 주간 평균 톤당 6146달러로, 6183달러였던 전주 대비 0.6% 떨어졌고, 니켈은 같은 기간 톤당 1만4228달러에서 1만4010달러로 1.5% 내렸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격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비철금속 가격에 하방압력이 발생했다는 게 광물자원공사의 분석이다. 당초 지난 연말부터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에선 구리 가격 반등 기대감이 나오는 등 주요 광물 가격 회복세를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군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 소식을 발표하면서 이런 기대가 깨졌다. 광물자원공사의 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3일 당시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구리 가격은 톤당 6077달러를 기록하며 하루만에 1.44% 떨어졌다.
그래픽/표영주 뉴스토마토 디자이너
특히 구리 가격은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한 2018년 6월을 기점으로 톤당 7200달러 수준에서 단숨에 6400달러까지 곤두박질친 이후 지금껏 한 번도 7000달러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갈등이 심화한 작년 하반기부터는 5900달러 수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 와중에 구리값 상승 이슈도 있다. 지난해 10월 전세계 구리정광 생산량의 약 28%를 차지하는 칠레에서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면서 광산노조도 시위와 총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작년 11월 칠레 구리정광 생산량은 전년 같은 달 대비 6.7% 감소했고, 현재까지 시위와 파업이 지속하면서 생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동발 악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광물가격 변동, 특히 실물경제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구리 값 급락 소식은 산업계에 달갑지 않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합의가 나오면서 실물경기 회복 기대가 있었는데 다른 문제들이 생기니까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그걸 먼저 반영하는 게 주식시장이나 원자재 가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확실성이 가격엔 부정적 작용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구리) 공급이 타이트해져서 수요가 조금만 좋아질 기대가 있어도 가격이 오를 기대가 있었는데 수요 변수가 터져서 산업계 전반엔 우려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동 리스크로 금과 원유 가격은 상승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당시 런던금시장 연합회(LBMA)의 금 가격은 1548.75달러로 전날보다 1.42% 올랐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3.05달러를 기록하며 전일 대비 3.1% 급등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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