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앵커]
처리가 임박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검찰이 내용 수정을 위해 단순 의견제시를 지나 입법로비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당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대표는 '로비하지 말라'며 이런 상황이야말로 검찰의 정치개입이라며 계속될 경우 해당 검사들 실명을 밝히겠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의견제시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뿐만 아니라 경찰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법조팀, 최병호 기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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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이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찰개혁 법안에 수정안을 제시하고, 이런 내용으로 청부입법을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죠?
[기자]
발단은 지난 9일 검찰이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수정안은 △검·경 협력관계 도입 및 수사지휘권 폐지 △사건 종결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 제한 △영장 심의위원회 신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5가지 분야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 민주당에선 검찰이 정치권에 이 자료를 돌려서 이런 내용을 반영하도록 입법을 부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수정안 내용을 다시 좀 살펴볼까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먼저 △검·경 협력관계 도입 및 수사지휘권 폐지 △사건 종결을 보겠습니다. 검찰은 검·경의 수평적 협력관계 도입을 강조한 검찰개혁 법안 취지에 공감하되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더라도 대형재난과 선거, 변사, 살인사건 등 중요범죄엔 경찰이 검찰에 수사개시 통보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사건종결 전엔 검사와 의무적으로 협의해 검사가 필요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사건종결에 대해서도 검찰은 현행범 체포와 구속·압수 등 강제수사 사건과 경찰의 인지로 착수한 사건은 송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앵커]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 제한도 검찰에선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겠네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검찰개혁 법안에선 경찰이 자체 수사한 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사의 수사를 위증·허위감정·증거인멸·무고로 제한했습니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등 중요범죄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수정안에서 검찰의 보충적 수사엔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했고, 필요한 경우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앵커]
영장 심의위원회 신설과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은 검찰개혁 법안에서도 다소 논란이 됐던 내용인데 역시 검찰이 수정을 제안했네요.
[기자]
영장 심의위원회는 경찰의 영장신청을 검찰이 거부할 경우 경찰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 정당성을 심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경찰이 고생해서 수사하고 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에서 거부한 사례가 많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제도가 경찰 편의적 제도고 외부위원들에게 영장의 정당성을 심사받는 과정에서 수사기밀과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은 피의자가 “검찰에 한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재판 때 이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방안이 형사사법 절차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앵커]
사실 검찰개혁의 취지는 동의하더라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검찰의 수정안 제시도 그런 측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패스트트랙에 검찰개혁 법안이 올라갈 때도 여당의 법안과 야당의 법안이 충돌했고, 시민단체에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의 수정안 내용은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정당한 의견제시라고 할 수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검찰의 수정안 내용은 수사를 직접 하고 사법제도를 운용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미세한 제도적 보완점들이 언급된 것도 맞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나온 타이밍과 입법을 요청했다는 이른바 ‘청부입법’ 문제입니다. 일각에선 지금 청와대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사건,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등으로 정신이 없고, 법무부 장관은 공백상태며, 정치권은 총선 준비인 탓에 다소 검찰개혁 동력이 느슨해진 타이밍을 노려 검찰개혁을 검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앵커]
특히 민주당에선 ‘청부입법은 정치개입’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죠?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그저께 "검찰이 일부 야당 의원을 구슬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흔들려 한다"며 "의정활동에 개입하면 실명을 공개하고 개입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겠다"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새로운보수당의 하태경 의원은 “조국사태 이후 검찰개혁은 충분히 이뤄졌다. 지금은 검찰이 아닌 경찰의 정치개입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청부입법 자체의 절차적 문제도 제기되네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기자]
검찰개혁 법안 수정안의 내용과 청부입법 절차에 대해 법리적 정당성에 대해 자문을 구했습니다. 국가 입법정책 수립을 자문하는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연구본부장을 지내고 지금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전재경 박사에 자문을 얻었습니다.
먼저 검찰은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형사절차를 신중하게 하고,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절차”라고 주장했지만, 전 박사는 “검·경 간 직역·직권 조정 및 우열 관계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관해 여전히 검찰의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얘기입니다.
또 검찰이 국회에 수정안을 제공해 의원발의를 추진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에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 '검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정치운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는 설명입니다. 즉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수정이 필요하다면 법무부 장관이 국회를 통해 청부입법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정부 여당을 통해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입니다. 전 박사는 ”검찰의 양상은 통치권에 대한 저항이요, 통치권자에 대한 항명 성격이 짙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법조팀 최병호 기자였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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