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내에 11번째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바이오시밀러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이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1조원 반열에 오른 것. 이에 따라 한국은 국가별 유니콘 기업 배출 순위에서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공동 5위에 안착했다. 내년까지 전세계 스타트업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도 한 걸음 가까워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의 자료를 인용, 무신사와 에이프로젠이 각각 국내 10번째, 11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됐다고 발표했다. 무신사의 경우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VC)인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 유치가 결정된 지난달 이미 CB인사이트에 등재를 마쳤으나, 이달 6일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계약 체결이 완료되면서 중기부의 공식 인정을 받게됐다.
에이프로젠의 유니콘 등극은 여러모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에이프로젠은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한 유니콘이다. 그간의 유니콘들은 전자상거래(쿠팡, 위메프), O2O서비스(야놀자, 우아한형제들), 핀테크(비바리퍼블리카) 등 ICT 분야에 집중됐다. 중기부는 에이프로젠을 필두로 유니콘 기업의 업종이 좀 더 다양해 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탄생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에이프로젠의 유니콘 등재는 10번째 유니콘인 무신사의 쾌거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전해졌다. 올해에만 5곳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나타났다. 3번째 유니콘이 탄생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지난해에도 3곳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미 투자 유치 규모로는 유니콘 반열에 올랐는데 아직 등재만 되지 않은 곳도 한, 두곳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기부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을 20개 이상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지원책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1번째 유니콘 기업 탄생'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로써 한국은 미국(201개), 중국(102개), 영국(22개), 인도(18개)에 이어 독일과 함께 전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국가가 됐다. 압도적인 수를 자랑하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3위권부터는 언제든지 순위 변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일련의 공식 석상에서 박 장관이 "미래에는 유니콘 기업 개수가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내년도 중기부의 목표는 4대 벤처 강국"이라고 수 차례 강조한 만큼, 중기부도 유니콘 기업 탄생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기술보증기금과 진행하는 '예비유니콘 특별 보증 프로그램'이다. 지난 7월 13개의 예비유니콘을 선정한 데 이어 오는 11일에도 2차 예비유니콘 기업 14곳을 공개한다. 박 장관은 "유니콘 기업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예비유니콘 선정은 해당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정부가 보증하는 의미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열린 컴업 2019 행사부스 라인투어 중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있다. 사진/중기부
동시에 국내 유니콘 기업의 투자가 대부분 해외 VC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들어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 국내 VC 생태계 육성에도 매진한다. 국내 유니콘 기업에 투자한 주요 투자사 18곳 중 한국 투자사는 5곳에 불과하고, 글로벌 유니콘 상위 30개 업체에 투자한 한국 투자사는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달 말 열린 '컴업 2019' 기조연설에서 "10년 후에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유니콘뿐 아니라 한국 자본이 만든 유니콘의 기업 수도 굉장히 중요한 평가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장관 역시 같은 자리에서 "올해 안에 벤처투자촉진법과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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