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K-뷰티, 미국 비중 적지만 관세 충격 있다
중국 의존도 낮출 성장동력인데…수출 실적 우려
미국법인 통한 직수출 기업 그나마 다행
2025-08-06 06:00:00 2025-08-06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국내 화장품 수출업체들이 관세 인상 여파로 주춤할 전망입니다. 미국향 매출 비중이 적은 기업들의 경우 실적 감소폭이 크진 않겠지만 수출 형태에 따라 마진 감소가 예상되는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현지 법인이 있는 경우엔 수출단가를 낮춰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통대행사를 통하는 경우 미국 내 재고가 바닥난 후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시장, 성장 중에 관세 충격
 
K-콘텐츠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K-뷰티산업이 미국 정부의 15% 관세 부과로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대신할 수출 성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8% 증가한 55억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썼습니다. 중국만 바라보던 수출기업들이 대중 관계 경색 후 미국, 유럽, 중동 등으로 세를 넓힌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무역통계 정보포털(TRASS)에 따르면 유럽과 중동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41.8%, 56.6% 급증했습니다. 
 
특히 최근엔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최대 화장품 수입국 지위를 한국이 차지한 것은 그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세우거나 B2B 형태로 진출, 코스트코, 타겟, 아마존 등 대형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습니다. 또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화장품을 공급한 전문 생산업체들도 신생 중소 브랜드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됐습니다. 
 
미국 시장 등에서 나오는 매출이 각 기업의 성장에 큰 보탬이 되기 시작한 마당에 관세 부과로 제동이 걸린 겁니다. 화장품 수출기업들의 미국향 매출이 아직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법인 활용시 충격 상쇄 가능
 
이에 따라 새로운 관세율이 반영되는 하반기부터 화장품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우려됩니다. 하지만 기업별 미국향 매출 비중과 수출 방식에 따라 관세 여파의 온도 차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화장품 수출기업들을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세운 경우와 △유통대행사를 통해 간접 수출하는 경우 △ODM 수출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각각의 유불리를 전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이중 현지 법인을 통해 직수출하는 기업들이 관세에 대응하기 가장 유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경우 미국 법인에 수출하는 인보이스(수출신고) 가격을 낮추면 된다는 것입니다. 10달러에 수출하던 화장품을 8.5달러로 내려서 신고하면 15%를 적용하는 관세도 1.5달러가 아닌 1.275달러로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국내 수출기업은 손해를 입지만, 미국 법인의 수입단가가 하락한 만큼 마진이 늘어 연결실적에서 이를 벌충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표 참조> 물론 관세 부과 전에 비해 마진이 감소하지만 15% 관세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보단 나은 결과입니다.
 
문제는 B2B 유통대행사를 통하는 브랜드들입니다. 일단 관세 부과 전에 미리 수출한 재고가 남아 있어 한동안 마진을 유지할 순 있겠지만, 재고가 바닥난 후가 문제입니다. 관세 인상을 반영해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워 대형 유통업체를 공략한 저가 브랜드들은 마진이 크지 않기 때문에 판매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브랜드들은 미국 시장에서 관세에서 자유로운 현지 업체들과도 경쟁하고 있어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결국 확보한 재고로 시간을 버는 효과만 기대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ODM 기업들에 대한 시각은 엇갈립니다. 일단 ODM 기업들도 한국콜마처럼 미국 주요 거점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현지 생산을 늘리면 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국콜마는 지난달 미국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해 현지에서 연간 3억개 생산이 가능합니다. 코스맥스도 미국 현지 법인이 있는데요. 지난 10년간 누적으로 265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즉 고객사들이 원할 경우 미국에서 생산할 수는 있지만 인건비, 생산성, 자재 조달 등을 반영한 생산단가를 감안했을 때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중소 브랜드 관세 여파 시간차…주가는 ‘버티기’
 
이렇게 구분해서 보면 현지 법인을 통해 직수출하는 기업들이 관세 인상 후에도 실적 방어에 가장 유리해 보이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 해당하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의 주가는 다른 화장품 수출기업들에 비해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올해 들어 20%가량 올랐으나 두 배씩 오른 화장품주가 즐비해 상대적인 성과는 저조합니다. LG생활건강의 경우엔 지난달 하순부터 크게 하락해 올해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상태입니다. LG생활건강의 부진은 중국에 기인합니다. 미국 등 새로운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으나 중국과 국내 실적이 저조해 2분기 화장품 사업부에선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비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반등해 양호한 실적을 거뒀습니다. 
 
오히려 관세 충격이 예상되는 중소 브랜드들의 주가는 하락 조정을 멈추고 버티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관세 충격이 실적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 확인한 후에 방향을 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K-뷰티에 대한 전 세계의 반응은 여전히 좋아 화장품 수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향 매출이 주춤하는 사이 유럽과 중동이 얼마나 성장할지, 중국향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각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을 가를 전망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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