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 모두 제재 어려워…미디어 윤리 교육으로 예방해야"
볼프강 크라이씨히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장 인터뷰
2019-11-27 14:54:11 2019-11-27 14:54:11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인터넷에서 특정인을 비방하는 혐오표현은 어릴 때부터 미디어 윤리 교육을 통해 예방해야 합니다."
 
독일의 청소년미디어보호기구 수장이 혐오표현 예방의 해법으로 미디어 윤리 교육을 꼽았다. 볼프강 크라이씨히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KJM) 위원장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2019 한독 국제 콘퍼런스'에 앞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도) 혐오표현은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많다"며 "미디어 윤리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스스로 혐오표현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혐오표현은 국내·외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익명성 뒤에 숨어 정치인·연예인·유명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공인과 다양한 사회적 약자 등을 인신공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이러한 혐오표현과 인신공격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볼프강 크라이씨히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KJM) 위원장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2019 한독 국제콘퍼런스'에 앞서 뉴스토마토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방심위
 
볼프강 위원장에 따르면 독일은 학교에서 미디어 윤리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온라인에서도 상대방을 존중하고 혐오표현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자는 취지다. 독일의 미디어청은 만화나 어린이 영화를 통해 교육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저작권의 개념까지 콘텐츠 전반에 걸친 교육도 하고 있다. 볼프강 위원장은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각종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며 "유해 콘텐츠에 청소년들이 노출된 상황에서 미디어 교육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은 과도한 혐오표현은 강제로 삭제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현행 독일 법에 따르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과 SNS 상에서 처벌이 가능한 정도로 명확한 혐오표현이 적발됐을 경우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혐오표현이라고 명확하게 판단되지 않더라도 혐오표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7일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 삭제 조치 등 처벌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청소년에게 유해한 표현이라고 판단된 경우 미디어청이 차단 조치를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독일은 플랫폼 관련 기업이 자발적으로 혐오표현을 인지했을때 심의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단순히 혐오표현을 삭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작성했는지를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독일은 플랫폼 사업자들과 협업도 하고 있다.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를 접할 수 없도록 하는 필터 소프트웨어(SW)가 있지만 이는 윈도에서만 작동한다. 때문에 독일 정부는 구글과 애플 등과 협력해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iOS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필터 SW를 개발 중이다. 일본의 게임 및 콘텐츠 기업인 닌텐도도 필터 SW를 보유했다. 볼프강 위원장은 "유해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협업해 독일의 법에 맞도록 필터 SW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SW 제작에 의지하고 있지만 주요 운영체제와 SW에 필터 SW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규제기관인 방통위는 혐오표현을 제한할 권한은 없지만 정책적 기능으로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혐오표현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체에 대한 논란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행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독일 청소년미디어위원회의 공동 주최로 '혐오를 넘어 공존의 사회로: 혐오표현의 규제'를 주제로 열렸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의 '한국과 독일의 혐오표현: 배경과 이슈', 비르깃 브라믈 독일 바이에른주 미디어청 청소년 및 이용자보호국장의  '혐오표현과 규제: 실태 및 대응방안'을 비롯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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