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 환경규제 'IMO2020' 시행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박 연료유의 황함유량 기준을 종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기 때문에 해상 연료유는 저유황연료유를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하지만 새로운 저유황 연료유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연료 품질과 가격, 공급부족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철환 만에너지루션즈코리아(MAN Energy Solutions Korea) 팀장이 규제를 좀더 쉽게 이해하고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저유황 연료유 사용 지침서' 번역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팀장은 지침서가 저유황 연료유 사용에 따른 잠제적 위험성을 낮추는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환 팀장을 만나 지침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향후 저유황 연료유 사용에 따른 불확실성은 얼마나 해소될 수 있을지 들어봤다.
만에너지루션즈코리아에 대해 소개해달라.
만에너지솔루션즈코리아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에너지솔루션즈의 한국법인이다. 만에너지솔루션즈는 2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진보된 공학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미래의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지속 가능한 가치 생성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법인의 사업영역은 선박의 추진과 발전용 디젤엔진을 설계, 제작, 라이센시 생산하는 디젤엔진 사업부, 디젤엔진과 신재생에너지를 결합한 친환경 발전 사업부, 각종 산업용 터보기계류를 설계, 생산하는 터보기계부, 기부속 판매, 고객지원, 기술서비스,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에프터세일즈로 구성돼 있다.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만에너지솔루션코리아에서 9년째 근무 중이다. 그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프라임서브 아카데미(PrimeServ Academy)라는 교육부서에서 디젤엔진 관련, 교육과정 개발과 기술 강의를 제공하는 업무를 해왔다. 지난해 8월에는 부서를 옮겨 중소기업 재직자들에게 무료로 기술교육을 제공하는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을 맡고 있다. 물론 여전히 디젤엔진 기술교육과 고객들의 기술적인 문의사항에 대한 응대 업무도 맡고 있다.
김철환 만에너지솔루션즈코리아 팀장. 사진/만에너지솔루션즈코리아
ISO가 저유황유 사용 지침서를 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2016년 10월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1일부터 선박에 사용하는 연료유의 황함유량을 최대 0.5%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규제 강제화가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도 새로운 연료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실질적으로 규제를 이행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대응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로 인해 저유황연료유에 대한 안전 확보와 규제 이행 당사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침서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올 8월 전 세계 관련 학계, 산업계가 함께 개발한 ‘0.50% 황함유 해상 연료유의 공급과 사용(The supply and use of 0.50%-sulphur marine fuel)’이라는 지침서가 발간됐다. 여기에는 저유황연료유의 공급자뿐만 아니라 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선원들이 주의하거나 고려해야 할 사항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보면 황함유량 규제 배경과 진행과정, 연료유 공급자와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설명, 연료유 사양에 따른 특징과 특성, 저유황연료유 사용으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대처방안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특히 저유황연료유의 생산, 공급과정에 대한 설명, 공급자가 연료유 품질을 유지·관리하는 방안과 함께 선원, 선박관리자가 저유황연료유 사용으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지침도 들었다.
최근 마무리한 지침서 번역 작업 추진 계기는.
연료유 황함유량 규제를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국내 해운선사 관계자와 해기사들에게 이해하기 쉽고 실용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동안 선박 수리시 상태를 조사하는 공무 감독과 해기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기술강의를 진행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교육훈련이 선박사고 예방과 안전 운항에 매우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용자가 오프라인 교육에 참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지침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침서 번역에는 관련 업계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55기 동기들로 총 7명이다. 이들은 모두 해기사로 승선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조선, 해운, 해양 관련 산학기관에서 실무진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번역 참여자들을 간단히 소개 하면 학계에서는 이원주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이지웅 해사IT공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이원주 교수는 선박 디젤엔진에서 배출되는 유해 배기가스 절감,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지웅 교수는 선박용 2행정 디젤엔진 성능예측, 고장진단에 대해, 신동욱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오션폴리텍 교수는 해기사 양성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기관에서는 이경열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차장이 참여했다. 이 차장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국내외 규제 대응과 배출정보를 수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국내 해운사를 지원하는 장상운 한국선주협회 차장도 속했으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소기업인 세이프텍리서치의 최종성 팀장도 번역에 함께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지침서 번역을 함께할 것을 제안했는데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줬다. 서로 많은 의견들을 주고 받으며 번역 작업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다.
만에너지솔루션즈코리아 건물 내부 모습. 사진/만에너지솔루션즈코리아
기존 저유황연료유 지침서와 다른 점은.
저유황연료유 운영과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뿐만 아니라 연료유 생산부터 선박 공급까지 전 과정에 대한 이해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분석, 연료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자에게는 사용자가 겪을 수 있는 연료유 문제와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선주는 연료유 생산, 공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할 수 있다. 공급자와 사용자간의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잠재적 문제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또 2020년부터는 기존의 비슷한 특성의 고유황연료유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종류와 특성의 저유황연료유 수급이 예상된다. 특성, 특징에 맞는 맞춤 솔루션을 직접 계획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관련 내용이 수록돼 있다는 점도 기존의 지침서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침서 발표가 해운·정유업계에 일으킬 변화는.
지침서가 아니라 2020년 황함유량 규제 자체가 해상 연료유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본다. 다시 말해 저유황연료유를 기존과 같은 방식의 생산, 이송, 공급, 선내 저장 등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선박의 안전 운항에도 악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지침서를 통해 저유황연료유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계획과 절차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지침서 발표에도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앞으로 사용하게 될 저유황연료유의 특성이나 특징은 굉장히 다양할 것이다. 획일적인 대책이 아니라 매번 수급받는 연료유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대책과 절차를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선원 스스로 저유황연료유에 대해 잘 이해하고 문제 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여전히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지침서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 최종 완성본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침서에서 제안하는 여러 방법들이 실제 선박에서 적용 불가능한 사례도 존재할 수 있다. 해운사 개별적으로 저유황연료유 사용에 따른 문제 발생 사례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황함유량 규제는 연료와 선박 추진·발전용 디젤엔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미 메탄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가스들을 사용할 수 있는 디젤엔진 기술이 보편화됐다. 신조선에는 이중연료 디젤엔진들이 속속 적용되고 있다.
나아가 IMO에서는 탄소 중립 정책을 위한 규제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 암모니아(NH3), 수소(H2)와 같이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연료유들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외 환경오염에 대한 규제 동향, 관련 기술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에너지솔루션즈코리아 전경. 사진/만에너지솔루션즈코리아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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