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스크러버(Scrubber)의 세정수 유해성 여부가 국제해사기구(IMO)에 의해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020년 발효되는 황산화물(SOx) 배출규제 대응방안인 스크러버(Scrubber)의 세정수 유해성 여부를 놓고 최근 주요 해운국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IMO가 내놓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무해성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과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의 조사 샘플이 압도적으로 많아 무해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0일 해양수산부 제74차 국제해사기구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결과 자료에 따르면 IMO는 스크러버 세정수에 대한 해양환경 유해성을 검토키로 결정했다.
스크러버 종류에는 해수로 배기가스를 세정하고 다시 바다로 배수하는 개방형(Open Loop)과 최소한의 해수를 이용해 세정한 뒤 순화시켜 다시 사용하는 폐쇄형(Close-Loop)이 있다. 또 개방형과 폐쇄형의 장점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Hybrid)형 방식의 스크러버도 있다.
이중 개방형 스크러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쓰인다. 그러나 그동안 해운국들은 개방형 스크러버에서 배출되는 세정수의 해양 환경오염 문제점을 여러차례 제기했다.
2020년 발효되는 황산화물(SOx) 배출규제 대응방안인 스크러버(Scrubber)의 세정수 유무해성을 두고 주요 해운국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알파라발 스크러버 시험 탑재 모습. 사진. 배가가스정화장치협회(EGCAS) 홈페이지
유럽은 이번 74차 MEPC 회의에서도 세정수 유해성 검토 필요성을 제안했다. 독일도 제6차 해양오염방지대응 전문위원회(PPR)에서 세정수 9개 샘플 조사 결과 유해성 금속이 배출됐다며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장단기 환경영향 평가를 한 결과, 세정수의 위험성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 CLIA도 세정수 281개의 샘플 분석결과 영향이 거의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해운국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IMO가 직접 세정수의 해양 유해성을 검토키로 한 것이다. PPR은 해양 환경보호전문가그룹(GESAMP)에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스크러버 세정수의 해상환경 영향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의뢰했다. TFT는 오는 2020년 2월 개최될 제7차 PPR에서 분석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개방형 스크러버 세정수 유해성 여부에 해운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오는 2020년 2분기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순차적으로 인도받는다. 이 선박들은 모두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크러버가 장착된다. 이중 1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8척은 개방형 스크러버를, 2만3000TEU급 12척은 하이브리드형이 설치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1만5000TEU급은 개방형 스크러버를 장착해 기존의 고유황유(벙커C유)를 사용하고 세정수 배출 금지구역에 들어서면 연료를 저유황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스크러버 장착을 통해 환경규제를 선행적으로 대응한 해운선사들은 저유황유, 고유황유 등 연료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한다. 특히 스크러버는 선종에 따라 적게는 2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이 소요된다. 이미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을 부담한 가운데 고유황유와 기존 연료보다 2배 가량 비싼 저유황유까지 실으면서 운항비용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스크러버는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2~3년간의 운항으로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정수가 유해하다고 평가될 경우 이른바 '메리트'가 떨어지게 된다.
다행히 세정수 규제가 마련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IMO에서는 이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바로 논의를 시작한다"면서 "다만 세정수가 유해하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규제 마련까지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무해성을 주장하는 해운국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관계자는 "유해성을 주장하는 독일 등에 비해 일본과 CLIA의 조사 샘플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일본은 100여개를, CLIA도 281개나 된다. 또 이들은 평가방법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이미 보고서를 낸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신뢰성이 좀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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