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웰빙 트렌드 확산 등의 영향으로 정체된 주류 시장이 최근 가격 인하 전략을 꺼내 들었다. 특히 계속해서 시장 규모가 줄고 있는 위스키업계는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내려 부진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디아지오 코리아는 이날부터 유흥업소용 제품 총 6종을 대상으로 출고가를 인하했다. 이번에 가격이 내리는 제품은 윈저 2종과 W 시리즈 3종, 딤플 1종 등이다.
이에 따라 주력 브랜드인 '윈저 12(500㎖)' 제품은 2만4288원으로 7.9%, '원저 17(450㎖)' 제품은 3만7202원으로 7% 인하된다. 저도주 위스키 W 시리즈인 'W 아이스(330㎖, 450㎖)', 'W 시그니처 12'와 'W 시그니처 17(450㎖)' 제품은 4.4%~ 8.5%, 프리미엄급 위스키 '딤플 12(375㎖, 500㎖)' 제품은 20% 인하된 가격으로 출고된다.
앞서 골든블루는 지난 21일 출고분부터 4개 주력 제품의 가격을 내렸다. 우선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21.4%의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골든블루 사피루스(450㎖)'는 7.9% 인하됐다. 또 다른 판매량 상위 제품인 '팬텀 디 오리지널(450㎖)'의 가격도 지난해 6월 10.0% 인하 이후 1년 만에 추가로 4.2% 내렸고, '팬텀 디 오리지널 17(450㎖)', '팬텀 더 화이트(450㎖)'의 가격도 각각 8.7%, 30.1% 내렸다.
위스키업계의 가격 인하는 국세청이 시행할 예정인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에 대한 선제 대응이다. 이번 개정안은 주류 공급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리베이트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위스키 등 RFID(무선인식) 적용 주류를 주류 도매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해당연도 공급가액의 1%, 유흥음식업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해당연도 공급가액의 3% 범위 안에서 금품이 허용된다.
하지만 업체별로 일제히 가격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도 부진을 겪고 있는 시장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위스키 출고량은 205㎘로 전년보다 56.4% 감소했고, 2007년 1089㎘와 비교해서는 5분의 1 이하로 줄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 시책에 따라 한 업체가 가격을 내리자 연달아 행동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액이 줄더라도 점유율이라도 높이려는 시도"라면서 "출고가 인하로 대형 도매상 또는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유통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주업계에서도 무학은 지난 6월 경쟁 업체와 달리 주력 제품 '딱 좋은데이'를 비롯한 전 제품에 대해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딱 좋은데이'는 지난 2015년 11월 가격이 오른 이후 병당 출고가 1006.9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이트진로는 5월 '참이슬'의 출고가를 6.45%, 롯데주류는 6월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7.2% 인상했다.
무학은 수도권 공략과 함께 주력 지역이었던 부산·경남의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판매관리비를 늘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이어지는 상태다. 소주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제품 가격을 올릴 때 무학이 동결한 것은 인하 효과가 있다"라며 "유흥 시장에서 소비자가 보는 혜택은 거의 없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모델들이 골든블루의 '팬텀 더 화이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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