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산업 역군)①“관세 벽도 못 막아”…K-타이어 3사, 18조 매출 신기록 질주
단순 물량 확대 아닌 ‘질적 성장’
전기차 타이어 등 비싼 제품 판매
미국·폴란드 등 생산 무대 해외로
2026-03-03 16:41:50 2026-03-03 16:48:17
반도체·완성차·조선업이 수출 성장의 전면을 장식하는 동안, 그 뒤편에서 대한민국 제조업의 허리를 묵묵히 지켜온 산업군이 있습니다. 타이어·철도차량·전자부품 등 이른바 ‘숨은 역군’들입니다. 트럼프발 관세 폭풍이 글로벌 교역 질서를 뒤흔드는 격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수출 전선을 지킨, 이들의 현주소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_편집자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타이어 업계가 미국의 관세장벽이라는 큰 악재를 딛고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이른바 K-타이어 3사의 2025년 합산 매출은 18조209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4년 16조7921억원 대비 약 8.4%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한 것입니다.
 
국내 타이어 3사 2025년 실적 그래프.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은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 중 하나로 꼽히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정책으로 북미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국내 타이어 기업들의 실적 타격을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과 달리 K-타이어 3사는 질적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닌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전략 전환이 주효했던 것입니다. 특히 전기차 전용 타이어와 고인치(18인치 이상) 타이어 비중 확대가 실적 방어와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됐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일반 타이어보다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우수해 평균 판매단가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프리미엄 제품으로의 포지셔닝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발 빠른 제품 확대 전략의 성공
 
국내 타이어 업계의 매출 신장은 한발 빠른 판가 조정과 전기차(EV)용 타이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한국타이어가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습니다. 지난해 타이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9.6% 증가한 10조318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10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는 글로벌 신차용(OE) 및 교체용(RE) 시장에서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고인치 타이어 판매 비중 확대가 뒷받침된 결과입니다. 
 
넥센타이어 Ride N’ Drive 행사 엔프리즈 S 제품 전시 모습. (사진=넥센타이어)
 
특히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매출 중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이 47.8%에 달했고, 신차용 전기차 타이어 비중도 27%까지 상승했습니다. 2024년 22%에서 5%포인트가량 늘어난 수치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공급 확대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호타이어 역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선방했습니다. 광주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라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4조7013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창사 이래 역대 최대 매출 규모입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신차용과 교체용 타이어 판매를 모두 확대했으며, 엑스타 스포츠 등 신제품 출시로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을 43.2%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글로벌 신차용 매출 기준 전기차 타이어 공급 비중도 20.4%로 전년(16.3%)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제품 믹스 개선이 화재 후유증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게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가 없다는 구조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3조1896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3조원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금호타이어의 유럽 특화 제품인 겨울용 타이어 ‘윈터크래프트WP52+’. (사진=금호타이어)
 
 
유럽 공장(체코) 2단계 증설 물량이 안정적으로 실적에 반영된 점이 컸습니다.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유럽연합(EU)이 41%로 가장 높았고, 북미(22%), 한국(19%) 순이었습니다. 넥센타이어는 유럽 중심의 생산 전략이 관세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K-타이어 3사의 실적 개선은 물량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의 전략 전환이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 관세라는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고인치·전기차 전용 타이어 비중을 확대함으로써 평균 판매단가를 높이고 수익성을 방어한 것입니다. 
 
“공장 해외로”…생산 거점 확대 ‘사활’
 
국내 타이어 3사는 올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 거점의 무게추를 해외로 옮길 예정입니다. 미국 및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시장의 관세와 무역장벽을 극복하고, 물류비 절감과 현지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입니다.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한국타이어는 이미 유럽과 북미에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증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공장에서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약 9200억원을 투자해 상용차용(TBR) 타이어 생산 라인을 신설 중이며, 이를 통해 대형 트럭·버스 타이어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계획입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헝가리공장 전경. (사진=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 공장 역시 최근 2단계 증설을 완료하면서 생산량을 연 550만본에서 1200만본으로 두 배 이상 확대했습니다. 승용차·경트럭은 물론 상용차까지 북미 현지 맞춤형 공급 체계를 완성한 셈입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광주공장 화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럽 첫 생산기지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폴란드 오폴레 지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총 8600억원을 투입해 2028년 8월부터 연 600만본 규모 공장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공장 완공 시 유럽 매출 비중이 현재 26.6%에서 34%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물류비 절감 등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도 클 전망입니다. 동시에 국내 함평 공장 이전·신설도 병행 추진 중이어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넥센타이어는 2019년 체코 자테츠 공장 설립 이후 2공장 증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존 연 1100만본 수준의 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해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글로벌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전역에서 제품과 유통 경쟁력 강화를 통해 양적 질적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2회에서는 국가 경제를 연결하는 ‘산업의 대동맥’ 철도산업을 조명합니다. 묵묵히 기술 자립을 이뤄온 철도차량 산업의 국산화 성과와 해외 시장 확대 전략을 살펴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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